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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간토 대학살’ 추도식 측에 부당한 서약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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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간토 대학살’ 추도식 측에 부당한 서약서 요구

입력
2020.05.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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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인 추모행사를 극우들의 방해와 동일 취급 

 지난해 충돌을 빌미로 사실상 차별이란 지적도 

지난해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같은 장소에서 일본 극우단체들이 행사를 방해하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도쿄=연합뉴스
지난해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같은 장소에서 일본 극우단체들이 행사를 방해하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도쿄=연합뉴스

도쿄도가 간토 대지진 당시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도식 주최 측에 부당한 서약서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개최하는 추도식을 방해하기 위한 극우단체의 시위와 동일한 취급을 한 것으로, “차별을 용인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2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매년 9월 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일조(日朝)협회 도쿄도연합회 등이 실행위원회를 꾸려 희생자 추도식을 열고 있다. 이에 공원의 관리 주체인 도쿄도가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추도식 신청 수리를 거부하다 지난 12월 ‘공원 관리상 지장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확성기는) 집회 참가자가 들을 수 있을 최소 음량으로 한다’ 등의 조건을 붙인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제시했다.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행사) 중지를 포함한 도쿄도의 지시를 따르거나 다음 년도부터는 허가하지 않아도 “이의가 없다”고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추도식 실행위는 지난 18일 집회 운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히고 서약서 요청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을 제출했다. 도쿄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극우단체들이 지난 2017년부터 같은 장소에서 행사를 열어 추도식을 방해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이들은 확성기를 이용해 추도식을 방해하면서 양측 간 충돌이 벌어졌다.

도쿄도 측은 공원을 사용하는 모든 단체들에게 서약서를 받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40년 이상 추도식을 개최해 온 주최 측은 이제까지 엄숙하게 행사를 진행해 온 추도식과 이를 방해하기 위한 극우단체들의 방해 행위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주최 측은 “우리의 추도식은 엄숙하게 조용히 거행되고 있어 도쿄도가 조건을 붙일 이유가 없다”며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쌓아온 추도의 역사가 훼손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전임 지사들과 달리 2017년 이후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그는 취임 이듬해인 2017년 9월 도의회 답변에서 “이 건은 다양한 내용이 사실(史實)로 쓰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명백한 사실(事實)인지 역사가가 밝혀내야 한다고 본다”며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간토 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에 간토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10만명 이상 희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했다”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자경단과 군경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독립신문 기록에는 당시 학살된 조선인 수는 6,661명에 달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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