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당뇨병약 발암물질 미미해도… 평생 먹어야 하는데 불안”

알림

“당뇨병약 발암물질 미미해도… 평생 먹어야 하는데 불안”

입력
2020.05.26 17:34
수정
2020.05.26 19:31
6면
0 0

NDMA 검출 31개 품목 복용한 당뇨병환자들 민감 반응

전문의들 “다른 약 대처 가능” 임의로 약 중단하면 안 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6년 전부터 당뇨병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고 있는 조모(44)씨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 유통되는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병 치료제 31개 품목에서 발암 추정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돼 판매 중지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치료제를 처방한 서울의 모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외래를 찾았다. 외래에서 복용하고 있는 치료제 성분을 점검한 결과, 조씨가 복용하고 있는 치료제는 이번 식약처 조치로 처방이 제한된 약이었다. 담당의사는 조씨에게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메트포르민 성분의 다른 치료제를 처방했지만, 조씨는 “6년간 복용한 약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지 않다”며 “당뇨병 약은 평생 먹어야 하는데 다른 치료제에서도 발암물질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 가운데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불안이 가장 크다. 10년 전 당뇨병과 함께 갑상선암을 앓았던 안모(53)씨는 “당뇨병만 있는 환자들은 별 걱정을 하지 않겠지만 나처럼 암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해 암이 재발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당뇨병 환자들이 자주 찾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치료제 조제‧판매 및 처방제한을 두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주를 이뤘다. 염동석 ‘당뇨와 건강’ 대표는 “이날 아침부터 회원들이 약을 먹어야 할지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밀려드는 환자 문의와 상담으로 분주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식약처 발표가 나오자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치료제 성분과 복용 중단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며 “아침에 자신이 먹는 약을 들고 외래로 달려 온 환자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식약처에서는 발암 추정물질이 나온 31개 품목에서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10만명 중 0.21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은 ‘발암’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의들은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치료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복용하고 있던 치료제를 환자 임의로 끊으면 혈당이 상승해 당뇨병 합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교수는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31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223개 품목이 있어 주치의와 상담해 치료제를 대처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철식 용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전체 당뇨병환자 중 240만명 정도가 메트포르민 성분의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당뇨병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제조과정 등에서 NDMA가 검출된 이유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당뇨병ㆍ내분비학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NDMA 검출량이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한 메트포르민 제품을 장기간 복용하였더라도 인체에 미치는 위해가 크지 않아 당뇨병환자들은 의사와 상담 없이 임의로 메트포르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되고, 의사들은 NDMA가 기준 이하인 제품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한다”며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때 정부가 직접 조사한 후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국민과 의료진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약을 복용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적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고혈압 치료제, 위장약에 이어 당뇨병 치료제에서 NDMA가 검출된 만큼 이젠 어떤 약에서도 발암 추정물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식약처에서 이들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추적을 실시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치료제를 복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에 의해 판매가 중단된 해당 당뇨치료제를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내가 먹는 약! 한눈에’를 사용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기준 NDMA 기준치 초과 검출로 판매가 중지된 31개 제품을 복용하는 국내 당뇨환자는 26만2,466명으로 집계된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