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 재판부, 삼바 자료 증거 채택 안해
특검 기피신청에 국정농단 재판은 올스톱 상태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이 향후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난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뇌물 액수를 추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이 부회장 측이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에게 준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 등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보고 말 구입비용에 해당하는 34억 1,797만원을 뇌물액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봤다. 이와 더불어 2심이 무죄로 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16억2,800만원)도 뇌물이라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뇌물액이 총 5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작량감경(재판부 재량에 따른 형량 감경)을 하지 않는 이상 이 부회장은 실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가 회복적 사법의 일환으로 준법감시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양형 사유로 삼을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하기 위한 사전포석을 깐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급기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부가 편향적 재판을 하고 있다며 기피신청을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올해 1월17일 4회 공판을 끝으로 4개월 넘게 멈춰있다.
특검의 기피 신청은 한 차례 기각에도 불구하고 특검 측이 상고해 지난 7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재판관)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을 벌이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재판부 기피신청이 대법원으로까지 이어지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각각 7개월, 1년 가량 걸린 만큼 이번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기소가 이뤄질 예정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중요하게 다뤄줬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현안인 분식회계 사건이 파기환송심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앞서 특검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과 관련된 사건기록을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현안을 특정할 필요가 없다”며 “승계작업의 일환인 구체적 현안을 따지는 재판이 아니므로 다른 사건의 판결문을 참조할 수는 있으나 그 사건의 증거까지 채택해 심리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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