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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시선] 문화 전쟁 부르는 트럼프의 마스크 거부

입력
2020.05.2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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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3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수행 경호원들과 달리 라운딩 내내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스털링=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3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수행 경호원들과 달리 라운딩 내내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스털링=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마스크를 쓰는 미국민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3월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마스크를 착용했다가는 “내가 아시아에서 온 코로나19 환자다”라는 낙인처럼 비칠까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 인근 마트에 갔다가 직원에게 각별한 주의를 들어야 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당부였다. 계산대 직원들은 마스크에다 투명 칸막이로 손님과 거리를 두며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마스크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과학이 마스크를 꺼리던 문화를 바꾼 셈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있다.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과학적 조언보다는 지지자들에 전하는 메시지를 중시하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경제 재개 시위까지 벌이는 보수층은 마스크를 과도한 코로나19 대응의 억압적 상징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마스크 거부까지 겹치면서 느닷없이 마스크가 보수ㆍ진보간 전선을 가르는 문화 전쟁의 한 복판으로 들어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보혁 문화 전쟁은 격렬해졌다. 국기에 대한 경례,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동상 철거 문제 등을 두고 유혈 사태까지 빚어질 정도였다. 이런 갈등을 조정해야 할 몫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이를 부채질하며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이젠 국민 보건을 위한 마스크까지 어이없는 전쟁 도구가 돼 버린 꼴이다.

이를 보다 못한 공화당 내에서도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더그 버검 노스다코다 주지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둘러싼) 의미 없는 편가르기를 멈춰 달라”며 울컥하는 목소리로 호소해 반향을 불렀다. 그는 “어느 정당에 속해 있는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보여주려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도 24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진보냐 보수냐, 좌파냐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며 공중 보건을 따르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호소를 간곡히 들어야 할 이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일 듯싶다.

송용창 워싱턴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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