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가 25일 2차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기억연대(옛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비판의 진의를 보다 명확히 드러냈다.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지금까지의 운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7일 1차 회견 이후 증폭된 정의연 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던졌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기부금 유용 의혹은 검찰 수사에 맡기고, 피해자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위안부 운동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사죄ᆞ배상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정대협이 근로정신대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뒤섞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사죄를 받지 못했다는 말에는 일부 오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한일 청소년들에게 한국이 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일본은 왜 한국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학생들”이라며 “데모 방식을 바꾼다는 거지 끝내자는 게 아니다”고 했다. 사죄를 받아 내기 위한 운동 방식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윤 당선인에 대한 이 할머니의 섭섭함은 “30년을 같이했는데 (국회의원 하겠다는) 한마디 말도 없이 팽개쳤다”는 말로 축약된다. 이를 국회의원 자리 싸움으로 폄하할 필요까진 없을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가 피해자로서만 머물며 운동의 주체가 되지 못한 운동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봐야 한다. 정의연으로선 수요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 이상의 운동, 위안부 피해자들이 주체가 되는 운동으로의 방식 변화 모색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날 이 할머니는 14세 소녀 시절 처참했던 경험을 증언했다. 그는 고명딸을 부엌으로 불러 먹이던 엄마를 불렀고, 그 소리가 지금도 들린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이 이걸 밝혀줘야 하지 않나”고 울먹였다. 위안부 운동 30년이 흘렀지만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임을 이처럼 절실히 증언하는 말이 또 있을까. 여기에 정쟁이나 역사 왜곡이 끼어들 틈은 없다. 유용 의혹은 검찰 수사로 풀고, 정의연은 운동 방식의 변화를 모색해야 하며,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