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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이탈리아 농촌이 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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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이탈리아 농촌이 젊어졌다

입력
2020.05.25 17:20
수정
2020.05.25 19: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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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노동자들이 급감한 자리에

도시 출신 청년 일자리 찾아 이동

코로나19 봉쇄가 단계적으로 해제되며 오랜만에 집 밖에 나온 이탈리아 밀라노 시민들이 24일 한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코로나19 봉쇄가 단계적으로 해제되며 오랜만에 집 밖에 나온 이탈리아 밀라노 시민들이 24일 한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농업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아 나선 것인데, 계절노동자 급감에 따른 농촌의 인력 부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사회와 경제 질서를 급변시키면서 점점 더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조부모 세대가 일하던 농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탈리아 주요 농업협회의 구인사이트에 몰린 2만여명의 지원자 대부분은 이탈리아인이었다. 테레사 벨라노바 농업장관은 “코로나19는 경제개발 모델과 국가의 작동방식을 재고하게 했다”며 “농업은 새로운 세대가 미래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돼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는 주력 산업인 여행ㆍ패션업, 소매업 등에서 폐업과 실업이 잇따른 결과다. 이전에는 농업노동자 중 이탈리아인의 비율이 36% 정도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농장 일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여름 수확철을 앞두고 15만 계절노동자들의 발이 고국 봉쇄령에 묶이면서 농장주들도 고임금ㆍ저숙련도를 감수한 채 자국민들에게 손짓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가 불법 이주민을 일시적으로 합법화할 방침이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그 결과 최근 이탈리아 지방 소도시의 농장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루마니아ㆍ폴란드ㆍ인도 출신 계절노동자들이 자취를 감춘 대신 아직 일이 서툰 도시 출신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보험회사에 다니다 최근 딸기 농장에 취직한 20대 여성은 NYT에 “스포츠용품과 반려견 식품 가게 등에서 일했지만 모두 폐업했다”면서 “농장 일은 안정적인 돈벌이가 될 뿐 아니라 성취감도 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도 귀농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기본소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농업 분야에 취업할 경우 최대 60일간 기본소득 지급 중지를 유예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탈리아의 경험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외국인노동자 감소로 계절 농산물들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며 자국 노동자들에게 ‘영국을 위해 수확하자’는 정부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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