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집행유예 근거가 ‘부친이 농사 지은 옥수수 준 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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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집행유예 근거가 ‘부친이 농사 지은 옥수수 준 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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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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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 등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뉴스1

법원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혐의에 유죄 선고를 내리면서 집행유예 석방을 결정한 것을 두고 “양형 기준에도 어긋난 이례적 판결”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과 금품 공여자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피고인은 아버지가 농사 지은 농산물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4차례 언급하는 등 친분을 강조했고, 이를 집행유예의 근거로 삼았다. 고위공무원과 사업가의 부적절한 관계를 사적 친분으로 치부한 재판부를 향해 ‘부패범죄 감수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유 전 부시장의 판결문을 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손주철)는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이 사건 공여자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관계가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고, 사적인 친분관계도 이익 등 수수의 큰 이유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이 받은 금품은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것만 따져도 총 4,221만원이다. 한 사람에게 받았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친분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수수한 개별 뇌물의 액수가 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우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 전 부시장과 뇌물 공여자들이 처남 장례식, 칠순 잔치, 가족 식사 등 가족 행사에 서로 참여하는 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견건설업체 회장의 장남으로 유 전 부시장에게 총 1,504만원(법원 인정 금액)을 준 최모씨는 유 전 부시장을 ‘형님’이라고 칭했고, 150만원이 뇌물로 인정된 금융투자회사 대표 정모씨는 유 전 부시장의 부인을 ‘형수님’이라고 불렀다. 2,289만원의 금품을 건넨 신용정보회사 회장 윤모씨를 유 전 부시장의 자녀들이 ‘그랜드 파더’로 호칭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재판부는 최씨 등 4명이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 유 전 부시장의 부친이 직접 경작한 농산물을 유 전 부시장으로부터 받았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유 전 부시장이 단순히 받기만 한 게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업무 외 안부를 묻고, 골프를 쳤다는 점도 판결문에 넣었다.

법조계에서는 고위공무원과 사업가가 단순히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이들은 유 전 부시장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업무상 알게 된 사이였다. 최씨의 경우 유 전 부시장이 국무조정실로 파견 갔던 2014~2015년에 알게 된 사이인데, 1~2년만에 뇌물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음(친한 친구) 관계였다는 이유로 뇌물 무죄가 나온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에서, 그래도 둘은 고등학교 친구였다”며 “공무원이 업무상 알게 된 사업가와 골프를 치고 친하게 지낸 것이 왜 감형 사유냐”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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