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노동청, 4개월 만에 설립 인가
문중원 기수 숨진 지 6개월 만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경마기수 노조가 설립돼 본격적인 노조 활동에 나선다.
25일 부산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부산경남경마공원 경마기수 노조가 최근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 받았다. 지난 1월 부산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를 제출한 지 4개월 만으로, 서울과 제주 경마공원 등을 포함해 경마기수 노조가 인가를 받기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은 지난해 11월 부정 경마와 조교사 비리, 불공정한 마방 배정 등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문중원 기수가 숨진 지 6개월 만에 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 노조원은 기수 36명 가운데 외국인 5명을 제외한 31명으로, 이들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통해 업무 환경과 처우 등의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간 부산경남 기수들은 부상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무리한 출전을 해야 했고, 기수들 간 불공정한 임금 격차 등을 감내해 왔다.
기수는 말이 머무는 공간인 마방(馬房)을 운영하는 조교사와 계약을 맺고 말을 타고, 말을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마필 관리사도 조교사에 고용돼 있다. 조교사에 대한 인사권은 면허 교부와 마방 배정 심사를 주관하는 마사회가 갖고 있다. 말을 소유한 마주까지 포함하면 마사회 밑으로 마주와 조교사, 기수ㆍ마필관리사가 피라미드 모양의 위계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기수는 마사회와 조교사의 지휘ㆍ감독을 받으며 노동을 제공하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노동자여서 신분과 소득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어 각종 문제점 등이 제기돼 왔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2005년 설립 후 최근까지 기수 4명, 마필관리사 3명 등 8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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