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춘희 할머니, 승가대학에 기부한다 했는데…” 커지는 유언장 위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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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춘희 할머니, 승가대학에 기부한다 했는데…” 커지는 유언장 위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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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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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교수 “배 할머니, 나눔의집에 대한 불신 컸다”

재판부 의견서 낸 나눔의집 대표는 소송 사실도 몰라

2014년 1월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가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방문했을 때 아리랑을 부르는 배춘희 할머니.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주거복지시설 나눔의집에서 2014년 6월 사망한 배춘희 할머니의 ‘기부약정서’가 조작됐다는 의혹(본보 23일자 5면)이 제기된 가운데 배 할머니가 생전 유산을 중앙승가대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연구해온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25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4년 할머니께서 본인의 계좌에 얼마 있는지를 내게 말하면서 승가대학에 시주하고 싶다고 하신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할머니가 승가대 시주 얘기를 꺼낸 이유를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을 신뢰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배 할머니는 2014년 4월 16일에도 “나눔의집과 사인 같은 거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해 5월 7일에는 배 할머니가 기부를 위해 박 교수에게 승가대 연락처를 물었다. 박 교수는 “내가 대학에 전화해 할머니의 의사를 전했고 할머니께는 대학 측 전화번호를 알려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배 할머니의 유산은 나눔의집으로 귀속됐다. 나눔의집은 배 할머니의 이름으로 작성된 기부약정서를 근거로 상속인들과 소송을 벌여 최종 승소, 지난해 1월 배 할머니의 전 재산 1억5,800여 만원을 가져갔다.

2014년 4월 10일 작성된 A4 용지 한 장짜리 기부약정서에는 ‘본인의 전 재산을 나눔의집에 전액 기부합니다’란 문구 아래 배 할머니 이름이 한자로 새겨진 도장과 나눔의집 대표 직인이 찍혀있다. 사실상의 유언장이지만, 작성된 당일에 배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이 기록된 간호일지가 최근 발견돼 조작 의혹이 커졌다. 박 교수는 “기부약정서가 조작임을 확신한다”면서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안 소장과 나눔의집에 대한 강한 불만을 계속 말씀하셨다”고 했다.

나눔의집 대표인 월주스님이 2018년 5월 재판부에 “돌아가시기 전 위안부 할머니 등 무의탁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라며 예금 등 재산을 나눔의집에 증여하셨다”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월주스님과 안 소장이 2018년 11월 배 할머니 흉상 제막식 행사 이후 나눈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월주스님은 배 할머니 유산을 두고 소송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당시 월주스님이 안 소장에게 배 할머니의 기부 내용을 물어보자 안 소장은 “그게 법적으로 잘못돼 소송을 했고 이번에 이겼다”고 했다. 이에 놀란 월주스님은 재차 “누가 소송을 했나” “돈은 어디에 있는가” 등을 물었다.

나눔의집 법률대리인 양태정 변호사는 “배 할머니 기부약정서에 관해 스님이나 안 소장도 어떻게 작성됐는지 모른다고 한다”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후 1억5,800여 만원이 나눔의집에 기부됐지만 정작 배 할머니는 생전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할머니가 이빨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못해 틀니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당시 ‘할머니가 돈이 없어 나에게 이야기 하나, 내가 해드려야 하나’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당시 사무국장이 ‘할머니들에게 뭘 해주면 버릇 나빠진다’고 하도 강조한 게 생각이 났다. 재산이 있었는데도 틀니를 못했던 걸 이제야 알게 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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