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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의 ‘테넷’, 코로나 시대 극장 구원자로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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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의 ‘테넷’, 코로나 시대 극장 구원자로 뜰까

입력
2020.05.25 15:30
수정
2020.05.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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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넷'은 시간이 굴절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이전 작품들인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킨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테넷'은 시간이 굴절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이전 작품들인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킨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했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테넷’이 딱 그런 상황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사 상태로 놓인 극장가의 구원자로 기대되고 있다.

‘테넷’은 7월 17일(한국은 16일) 전 세계 개봉을 오래 전부터 못 박아두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끄떡 않는 모양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모비우스’와 ‘블랙 위도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등이 일찌감치 개봉 연기를 한 것과 확연히 다르다. 지난 21일엔 예고편을 공개하며 개봉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개봉 연기를 하지 않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테넷’과 ‘원더우먼 1984’(8월 개봉) 정도다. ‘테넷’은 시간이 굴절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로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등이 출연한다.

‘테넷’에 대한 기대는 놀런 감독의 지명도와 일치한다. 놀런 감독은 완성도와 상업성을 겸비한, 몇 안 되는 스타 연출가로 꼽힌다. ‘다크 나이트’(2008)와 ‘인셉션’(2010),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등으로 관객몰이에 매번 성공했다. 지난 7일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아이맥스 최고경영자 리처드 겔폰드가 “극장이 다시 열리도록 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영화를 개봉시킬 만한 인물은 놀런 감독밖에 모른다”고 단언할 정도로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

놀런 감독이 디지털 대신 필름으로 영화 찍기를 고집하는 ‘극장 신봉주의자’라는 점도 기대를 키운다. 그는 지난달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극장 관람이 “사회활동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극장 돕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테넷’이 코로나19 위협 속에서도 개봉을 강행할 것으로 점쳐지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테넷’의 개봉을 국내 경쟁작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테넷’이 코로나19로 움츠러든 극장가를 예열하고, 이후 국내 대작 ‘반도’(감독 연상호)와 ‘영웅’(감독 윤제균), ‘승리호’(감독 조성희) 등이 뜨거운 흥행 대전을 펼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반도’의 투자배급사 NEW 관계자는 “‘테넷’이 극성수기인 7월말 8월초를 조금 앞서 먼저 개봉하면 시장 회복의 촉매제이자 척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어느 때보다 (여름시장) 첫 주자로서 부담이 심할 수 있어 다른 영화들도 내심 ‘테넷’이 예정대로 개봉해주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한국 흥행성적표

영화 관객수(명) 개봉연도(년)
다크 나이트 417만5,526 2008
인셉션 594만5,314 2010
다크 나이트 라이즈 639만9,303 2012
인터스텔라 1,027만5,484 2014
덩케르크 279만2,705 2017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테넷'의 주인공 존 데이비드 워싱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테넷'의 주인공 존 데이비드 워싱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1일 미국 연예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배급사 워너브더러스와 놀런 감독이 전 세계 극장이 80% 이상 열리지 않으면 ‘테넷’을 개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극장의 구원자를 자처하던 놀런의 이전 행보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원인은 역시나 코로나19라는 높다란 장벽이다. 전 세계 극장 대부분이 열린다 해도 감독과 배우들이 주요 국가를 돌며 영화를 알리기 어렵다. 홍보가 힘든 상황에서 제작비 2억500만달러(약 2,550억원) 회수는 쉽지 않게 마련이다. 인디와이어는 놀런 감독의 옵션 계약도 걸림돌로 지목한다. 놀런 감독은 개봉 첫날 흥행 수익의 20%를 가져가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선 놀런 감독의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인디와이어 보도에 불구하고 ‘테넷’은 여전히 ‘고’ 모드다. 25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아무런 변동사항이 없고 개봉을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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