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사업을 따내기 위해 다른 업체들과 가격 담합을 주도한 측량 전문업체에 2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한 것은 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성용)는 측량 전문업체 A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2009~2014년 수 차례에 걸쳐 시가 발주한 ‘상수도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베이스 정확도 개선 사업’ 입찰담합을 주도했다. A사는 입찰 공고가 시작될 즈음 지구별로 낙찰받을 사업자를 미리 선정하고, 유찰될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사업자들을 ‘들러리’로 세워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시켰다. A사가 담합을 주도한 이후 투찰률(예정 가격 대비 낙찰 금액의 비율)은 60~80%에서 80~90%로 치솟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실을 파악하고 2018년 A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9,300만원을 부과했다. 같은 해 서울시는 A사의 행위가 구 지방계약법(2018년 12월 개정 이전) 위반이라고 보고 2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A사는 그러나 이 사건의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담합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주도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공동행위로 얻은 실질적 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중소기업인 A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막대하다며 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A사가 담합을 주도한 사실이 인정되고 A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구 지방계약법상의 담합은 경쟁제한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의 공동행위는 담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A사가 입는 불이익이 크거나 평등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정위와의 행정소송에서 A사가 패소한 점, 관련 형사소송에서 형량이 가장 높게 선고된 부분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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