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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재난은 없어도 교훈은 같아... 환경 재난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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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재난은 없어도 교훈은 같아... 환경 재난에 대비하자

입력
2020.05.26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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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보건대학원 특임교수 이재율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국장)

재난(disaster)은 사전적 의미로 자연현상의 변화, 또는 인위적인 사고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를 말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재난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 현재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도 재난으로 규정할 수 있다.

우리는 평소에는 재난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도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개인의 일상은 물론 학교와 직장 등 사회생활, 경제문제와 국제관계까지도 블랙홀이 되는 것을 경험한다. 심지어 국민적 우울증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을 환경이라고 할 때, 환경은 인간생활의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환경재난은 피해규모도 크고 피해범위가 넓어 환경재난이 발생하면 인간의 생존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한번 파괴된 환경은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2011년에 일본 동북지방에 9.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초대형 지진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함으로써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프리트호와 크레인의 충돌사고로 원유 12,547리터가 유출되어 국민들의 자원봉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천문학적인 피해와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다. 구제역과 AI와 같은 전염병의 2차 피해로 환경재난이 발생한다. 2010-11년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347만 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 되고 4,500개에 달하는 매몰지를 관리하면서 침출수 문제가 제기되어 국민들의 불안이 야기되었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DDT는 해충박멸과 식량증산에 기여했지만 잔류 독성으로 인해 벌레와 새, 먹이사슬에 있는 동물 등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인간의 건강과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재난을 초래한다. 매년 지구촌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고 점점 일상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와 호주의 산불 피해를 볼 때 그 피해가 얼마나 클 지 가늠이 가질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환경재난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개선가능성을 보여줬다.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재난을 줄일 수 있다.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난예방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 인프라 구축, 안전점검 강화, 안전교육 및 안전문화 정착이 중요하다. 재난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제일 좋으나 이미 재난이 발생했다면 사후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라도 철저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2015년 메르스의 경험이 이번 코로나-19를 대응하면서 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진단키트나 역학조사, 정보공개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고 의료시설 및 장비를 확충했다. 특히 메르스 대응경험이 있는 공직자들과 의료진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안전보다는 효율을 더 생각하는데 익숙하다. 그래서 재난이 발생하고 제도를 고치더라도 경제적 비용과 효율을 고려하여 적당히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샌드위치 패널, 어린이 교통사고, 산업재해 분야가 늘 반복되는 재난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하되, 안전에 대한 규제는 우리의 인식과 문화가 바뀔 정도로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안전을 효율의 위에 두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안전을 효율과 비등하게 두고 판단하자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국제공조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재난대응에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재난이 발생하면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약자가 큰 고통을 받게 되므로 특별한 정책배려가 필요하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도 의미가 있지만, 안전과 재난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소크라테스의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환경재난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고, 실패에서 배운다고 하지만 똑같은 재난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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