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에서 연고지 이전에 따른 악연을 지닌 두 팀이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맞붙는다. 14년 전 느닷없이 부천을 떠나 제주 서귀포시에 새 둥지를 튼 제주 유나이티드와, 오랜 시간 자신이 애정하던 팀을 갑작스레 잃게 된 부천 축구팬들이 뭉쳐 이듬해 창단한 부천FC1995의 사상 첫 맞대결이다.
사실 부천은 제주가 아니었다면 창단조차 않았을 팀이다. 유공코끼리 축구단으로 창단해 1996년 부천에 둥지를 튼 SK프로축구단이 2006년 2월 2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갑자기 연고이전을 발표했고, 열성적이기로 소문난 부천 축구팬들이 즉각 새 팀 만들기 작업에 돌입한 결과물이다.
부천 팬들은 2006년 3월 ‘새로운 부천 축구클럽 창단 시민모임’을 발족해 창단 작업에 나섰다. 이듬해 1월 새로운 방향의 창단 작업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한 부천은 스포츠토토와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SK에너지 등의 후원을 받았고, 공개테스트로 선수단을 구성해 ‘부천FC1995’를 창단했다. ‘1995’는 PC통신을 통해 구단 축구팬들이 모여 교류를 시작한 해라고 한다.
2008년부터 K3리그에 창단한 부천은 2010년 12월 팀을 법인화했고, 2013년부터 K리그챌린지(현 K리그2)에 참가해 올해 K리그에서 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지난 시즌 제주가 K리그1(1부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K리그2로 강등,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객관적 전력은 제주가 부천을 앞서지만, 시즌 초반 분위기는 부천이 훨씬 좋다. 시즌 초반 승격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부천은 개막 후 3연승을 거두며 K리그2 선두에 올라있다. 남기일 감독을 선임하며 빠른 승격을 노린 제주는 아직 첫승도 신고하지 못한 채 1무2패로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러있다.
두 팀의 맞대결을 벼르던 부천 팬들로선 무관중 경기로 펼쳐지는 점이 아쉽다. 부천 관계자는 “의미 있는 맞대결이지만, 무관중 경기로 펼쳐져 별다른 이벤트나 행사를 준비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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