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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SK의 몰락, 허술한 준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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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SK의 몰락, 허술한 준비 때문이다

입력
2020.05.25 08: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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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로 떨어진 SK. 연합뉴스
최하위로 떨어진 SK. 연합뉴스

SK의 지난 스토브리그 화두는 2019시즌 김광현과 산체스가 합작한 34승 채우기였어야 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에서 전력 보강 움직임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렇게 이번 시즌은 시작됐다. SK는 개막 2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올렸지만 이후 10연패라는 탈출구 없는 블랙홀에 빠지고 말았다. 구단 창단 이후 20년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어두운 터널이다.

10연패 이유는 주전 포수 이재원의 부상 결장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재원이 부상으로 팀을 이탈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10연패까지는 안 갔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SK의 긴 연패가 가리키는 중요한 사실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준비의 허술함이다. 시대가 바뀌고 전력을 재정비하는 스토브리그는 현대 야구에서 정말 중요한 기간이다. 그 동안 SK는 잘해왔고, 잘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의심하지 않기 시작했다. 야구를 쉽게 생각했다.

야구는 살아있다. 보기 좋게 짜놓은 매뉴얼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실 그간 SK에는 짜놓은 그대로 움직여 줄 사람이 있었고, 또 그들을 받쳐줄 환경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유지됐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지난 스토브리그에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유익한 내야수 자유계약선수(FA)들이 시장에 많이 나왔다. 유격수와 2루수가 최근 몇 시즌째 팀의 발목을 잡은 SK는 그러나 내부 육성을 결정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스스로 내부 육성 시스템을 자신했지 않았나 싶다.

염경엽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염경엽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그 결과 기존 유격수 김성현과 2루수 최항 외에 유격수 정현, 2루수 김창평의 성장을 믿었다. 염경엽 감독도 어느 정도 시행착오의 아픔은 안고 가겠다고 했다. 어떤 팀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육성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방법은 큰 의미가 없다. 그렇게 쉽게 얻어진 자리는 쉽게 흔들렸고, 작은 것도 커 보였다. 처음 가고자 했던 길이 어딘지 잃어버리고 만다.

주전 포수 이재원이 부상으로 빠진 포수 포지션은 더욱 문제였다. 이홍구와 이현석이 백업 포수로 자리를 메워줄 거라고 기대했지만 역부족이다. 중장거리 타자로 팀 내 활용 역할이 중복(?)되는 윤석민과 중견 포수 허도환의 트레이드를 왜 했을까, 그 이유까지 돌아보게 한다.

김광현과 산체스의 선발진 공백은 2019시즌 불펜진의 핵심이었던 김태훈으로 메운다 했다. 그러자 지난해 ‘서태훈’으로 불리던 불펜진의 구멍이 커졌다. 베테랑 투수들을 제외하고 젊은 투수들로 채운 스프링캠프 투수명단은 이를 메워줄 카드를 찾으려는 의도로 이해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기존 투수들의 준비만 늦어지고 말았다.

10연패를 끊은 후 SK는 다시 연패를 경험했다.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하지만 날개가 부러진 이유는 분명히 있다. 추락하기 전 조금만 의심했다면 이미 그 신호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KBO리그 사상 가장 뼈아프게 우승을 놓친 SK였다. 에이스가 잠시 떠나며 이미 어려운 시즌을 예감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팀의 운영 방향을 올 시즌보다 더 멀리 봤을 수 있다. 오랜 기간 정상권에 있었으니 ‘이제 조금 내려와도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상에 오르는 건 정말 어렵지만 내려오는 건 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지금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하지 않으면 내일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위로 올라가려 하지 않으면 떨어진다는 걸 몰랐을까.

SK는 지난 겨울, 지금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하지 않았고 뼈아픈 패배를 잊고 있었다. 그 결과 올 시즌은 물론이고 이제는 내년 시즌까지도 위험해지고 말았다. 우습지만 우승팀과 꼴찌팀의 차이는 생각만큼 그리 멀지 않다. 승부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면 두 발 펴고 잠을 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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