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ㆍ성남 등 수도권 전역 n차 감염 확산… 서울시, 코인노래방 사실상 영업중지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퍼져나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미국ㆍ유럽에서 주로 유행한 G그룹으로 22일 파악됐다.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를 중심으로 확산했던 바이러스와는 다른 유형이다. 해외 입국자 전원에 대한 격리조치가 도입됐던 지난달 이전에 이미 해외에서 G그룹이 유입됐고, 이 바이러스가 수도권에서 일으킨 유행이 이태원 클럽에서 증폭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검역의 미세한 빈틈을 뚫고 들어온 바이러스가 황금연휴를 거쳐 수도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n차감염’을 퍼트린 셈이 된다. 이태원의 유행은 인천 학원강사와 경기 부천시 돌잔치를 거쳐, 경기 고양시 거주자까지 감염시켰다. 보건당국은 소규모 모임이나 다중이용시설을 거쳐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는 이날 시내 569개 코인노래방을 대상으로 사실상 영업중지인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인천시가 전날 2주간 노래연습장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것과 달리 기한을 두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국내 집단발병 사례들과 연관된 신종 코로나 환자 142명의 바이러스 유형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SㆍVㆍG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국내 환자들의 바이러스 유형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따져본 것이다. SㆍV그룹은 중국과 아시아에서, G그룹은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유행했다.
조사 결과, 이태원 클럽 관련 초기 확진환자 14명에게서 G그룹이 검출됐다. 이들은 같은 감염원으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S그룹은 지난 2월 입국한 중국 후베이 우한시 교민과 기타 초기 해외유입 환자들에게서 나왔다. V그룹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환자들에게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SㆍVㆍG그룹의 전파력이나 병원성에 유의할 만한 차이가 없어 진행중인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G그룹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더 강하고 유럽에서 유행하는 어린이 괴질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명국 중대본 검사분석팀장은 “바이러스 전파력과 병원성은 G그룹이 강하다는 일부 주장이 있다”라며 “이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유입된 바이러스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용한 전파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건당국은 지난 3월 15일 유럽 국가들에 대해 국내 연락처를 확인하는 특별입국절차를 도입한 이후 지난달 1일부터는 모든 해외 입국자를 14일간 격리하고 있으나 G그룹이 3월쯤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G그룹이 4월 초 경북 예천 집단감염 사례에서 처음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유행은 규모는 신천지 대구교회 유행보다 작지만 꾸준히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된 인천의 20대 학원강사의 제자가 방문한 코인노래방에 들렸던 프리랜서 사진사가 사진을 찍었던 돌잔치에서 22일 오전 0시 기준으로 환자 6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로써 10일 경기 부천시의 뷔페 ‘라온파티’에서 열린 돌잔치와 관련된 확진자는 9명으로 늘었다. 경기 성남시에서 돌잔치 아동의 외조모와 외조부가, 서울 광진구(50대 여성)와 고양시 일산동구(60대 남성)에서는 하객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사진사는 7일과 17일에도 라온파티에서 열린 돌잔치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돼 환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당국은 이들 돌잔치 관련자 390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본은 돌잔치뿐 아니라 유사한 형태의 소모임에서 신종 코로나가 전파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고 감염돼도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은 20, 30대 청년층을 통한 전파가 가장 큰 문제다. 이달 초 황금연휴 이후에 발생한 환자 335명 가운데서는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3%에 달한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등 9개 시설을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고객 명단 작성, 정기적 소독 등 필수적 방역수칙을 정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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