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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담] 탄핵 국회ㆍ동물 국회ㆍ식물 국회… ‘역대 최악’ 오명만 남겼다

입력
2020.05.23 10: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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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루탄ㆍ빠루에 주먹질 몸싸움… 법안 처리 비율 38% 불과 

20대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 문희상 의장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대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 문희상 의장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20대 국회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123석)과 새누리당(122석)이 겨우 1석 차이로 1, 2당을 나눠가졌던 2016년 총선 결과부터 심상치 않았다. 어느 한 당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해 양당의 타협, 국민의당(38석) 등과의 협치가 더욱 필요했다. 그러나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이달 29일 의원 임기 만료로 막을 내리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야당 분열 및 재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을 둘러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방 등 파란만장한 시간도 남겼다. 21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지난 4년 국회 상황을 결산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나를 돌아봐(돌아봐)= 20대 국회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는데요.

연두 담쟁이(이하 담쟁이)= 야당은 사사건건 발목잡기를 하거나, 장외 투쟁을 하는 모습으로 국회를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로 만들기도 했고, 여당은 여당대로 주장을 고수하며 이런 야당을 원내로 불러들이는 데 실패한 모습이 ‘식물국회’로 표현됐죠. 패스트트랙 극한 대치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여 ‘동물국회’ 오명도 함께 얻었죠.

여의도 뚜벅이(뚜벅이)= 20대 국회에선 2만4,139건의 법안이 발의돼 22일 현재 9,127건이 처리됐습니다. 법안 처리 건수 자체는 19대 국회(7,429건)보다 많았지만 처리 비율은 37.8%로 역대 국회 중 가장 낮았습니다. 일하지 않은 국회란 얘기가 나왔던 이유죠.

담쟁이= 다만 법안 처리율은 워낙 법안을 많이 제출했기 때문에 ‘모수’가 커서 낮아진 것이라는 해석도 있긴 합니다.

정의를 부탁해(정의)=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국회의원들끼리 서로의 넥타이를 잡아 당기는 부끄러운 모습을 없애자며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무력화시킨 것도 문제가 컸습니다. 국회를 지켜야 하는 의원들이 빠루(쇠지렛대)를 들고 회의장 문을 부수고, 회의장 입장을 막겠다며 문 앞에서 드러눕기도 했죠.

영등포 청정수(청정수)=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배분하기 위해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직선거법을 여야 할 것 없이 꼼수 비례정당으로 무력화한 것도 잊히지 않는 장면입니다. 위성정당의 부실한 공천도 문제가 됐습니다.

2019년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통과돼자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두번째) 의원 등이 회의장 앞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9년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통과돼자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두번째) 의원 등이 회의장 앞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돌아봐= 20대 국회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는다면요.

뚜벅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입니다. 20대 국회 개원 직후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고 여당 친박 지도부는 이에 반발했죠. 하지만 촛불집회 등 국민들의 뜻이 모이면서 결국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 원내 교섭단체가 셋으로 늘면서 양당이 나눠가졌던 기득권이 일부 깨지기도 했어요. 연간 60억원 가량의 국회 특수활동비를 2018년 폐지한 게 대표적입니다. 특활비는 의정 지원, 의회 외교 등 명목으로 국회의장단과 교섭단체 대표 등에게 현금으로 지급됐는데요. 영수증 처리를 안 해도 돼 사실상 ‘쌈짓돈’처럼 쓰여 왔는데, 바른미래당을 시작으로 모두 폐지 대열에 동참했죠.

담쟁이= 지난해 연말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을 상정하려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했던 순간이 최악이었다고 생각해요. 당시 일부 야당 의원은 팔꿈치로 문 의장을 가격하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국회 직원은 십자인대가 파열될 정도로 큰 부상을 입고 실려나가기도 했어요. ‘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엇인가, 의회민주주의가 모욕당한 날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 법안을 두고 여야가 제대로 격렬한 토론을 벌인 적도 없었다는 점이죠.

20대 국회 주요 장면. 한국일보
20대 국회 주요 장면. 한국일보

여의도 딸바봉(딸바봉)= 20대 국회에서 음주운전 처벌 강화법, 어린이 안전관리 강화법,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미세먼지 특별법 등을 처리하긴 했습니다.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발 방지 관련법과 과거사 진상규명법이 통과됐죠. 대체로 여론의 관심을 받거나 사회적 이슈가 된 법들이 많이 통과된 경향이 있습니다.

정의=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서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고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제도를 바꾼 건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비례대표 후보자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뽑도록 해 투명성을 높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만 18세의 투표권이 없던 나라란 오명을 벗게 됐습니다.

청정수= 과거사법(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통과도 20대 국회가 거둔 몇 안 되는 유종의 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돌아봐=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차기 의장단 구성도 대부분 마무리됐죠.

뚜벅이= 국회의장이 누가 되느냐는 21대 국회에서도 중요한 문제죠. 민주당에선 ‘코로나19 상황에 집권 여당이 자리 다툼하는 모양새는 안 된다’ ‘177석 거대 여당이 됐으니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같은 의견이 많았다고 해요. 처음에는 경선 얘기도 나왔지만 결국 사실상 추대 형태가 됐죠. 21대 당선자 중 최다선인 6선의 박병석 의원이 출마 의지가 강했고, 5선의 김진표 의원이 뜻을 접으면서 박 의원이 21대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예약했죠.

딸바봉= 당초 민주당 김상희(4선) 의원은 국회부의장에는 뜻이 없었다고 합니다. 4ㆍ15 총선 직후 ‘의회의 유리천장을 깨 달라’는 여성 의원들과 일부 남성 의원들의 권유를 받아 부의장 선거에 나섰다고 하네요. 경쟁자로 예상됐던 변재일(5선), 이상민(5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73년 국회 역사상 첫 여성 부의장 탄생을 앞두게 됐죠. 야당에선 정진석 통합당 의원이 유력한 국회부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죠.

21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은 모두 위성정당 꼼수를 활용했다. 위 사진은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아래 사진은 3월 20일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한국일보 자료사진
21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은 모두 위성정당 꼼수를 활용했다. 위 사진은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아래 사진은 3월 20일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한국일보 자료사진

돌아봐= 21대 국회에서 여야에 가장 필요한 모습은 무엇일까요.

뚜벅이= 매번 새로운 국회가 시작할 때 ‘일하는 국회’ 슬로건을 걸긴 했죠. 이번에도 똑같죠. 말만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매월 임시회 소집 의무화, 자동 상임위 소집 등을 국회법에 명문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찍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화를 중단하고,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장외로 나가고, 급기야 민의의 전당인 국회 안에서까지 몸싸움을 주고 받았던 20대 국회 모습을 되풀이하지만 않아도 21대 국회는 ‘상대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겁니다.

청정수= 극한의 이념 대립을 거두고 '통합'을 이루려는 모습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의= 저도 협치의 복원을 꼽고 싶습니다. 특히 21대 국회는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야당과 조율 없이 국회를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여당이 더 야당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협치를 구해야 합니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은 막말도 반성할 부분이고요.

담쟁이= 여의도를 떠나는 중진, 원로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협치하시라' '제발 대화하시라'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최근 퇴임 간담회를 가진 문희상 의장은 이렇게 강조하기도 했죠. '제발 싸우시라. 다만 말로. 민주주의에서는 다원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용광로처럼 떠들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결론을 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제발 떠드시라. 그럼으로써 협치하시라.' 이런 고언들을 잘 새겨서 사랑받는 21대 국회가 되길 저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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