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레터]고기ㆍ생필품 매출 상승…의류ㆍ문구 등은 “아직 효과가…” 
 2030세대도 재래시장 방문…효과 이어질 수 있게 방법 찾아야 
19일 오후 3시쯤 서울 은평구 대조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을 꺼렸던 손님들이 평일임에도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

긴급재난지원금 다 받으셨나요? 어떻게 쓰셨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미뤄왔던 가족 외식을 하거나, 그 동안 비싸서 못 샀던 물건을 사거나, 아직 안 쓰고 아껴둔 분들도 계시겠죠.

그 중에는 재래시장에서 쓴 분들도 있겠습니다. 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서울의 몇몇 재래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거든요. 19일 오후 3시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은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재난지원금을 쓰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였어요. 장터 안 마트는 생필품을 사는 주부들로 들어찼고, 한 유명 떡갈비집 앞은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죠. 몇몇 가게 입구에는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었어요. 저마다 착용한 마스크만 아니면, 마치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듯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천시장, 망원시장 등 재래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생활 방역’으로 전환된 6일부터 재래시장에 손님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는데요.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고 나서는 손님이 더 늘어 매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요. 박종복 영천시장 상인회 회장은 “코로나19 타격으로 시장 안 대부분의 점포가 40%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가, 최근 전반적으로 15% 정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어요.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피해 규모가 적지 않지만, 그래도 상인들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입니다.

 ◇재래시장, ‘착한 소비’ 즐기는 놀이터 되다 
21일 오후 서울 망원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전국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 등을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13일이 포함된 5월 둘째 주(11∼17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5월 둘째 주(13~19일) 매출 수준과 같음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재래시장에 손님이 얼마나 늘었을까요. 서울 은평구 대조시장의 신동우 상인회 회장은 “2,3월에는 200개 점포 대부분의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가 최근 전반적으로 4분의3 정도 회복된 듯하다”고 전했어요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이재열 상인회 회장은 “재난지원금으로 시장을 찾는 인구가 코로나19가 한창 일 때보다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형마트를 주로 다닌다는 주부 홍주희(33)씨는 21일 오랜만에 서울 서대문구 망원시장을 찾았습니다. 재난지원금이 생긴 기념으로 과일선물세트를 사서 시댁에 보냈다네요. 홍씨는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게 사용하고 싶어서 일부러 시장에 왔다”며 “부담 없이 돈을 쓸 수 있고, 보람도 느껴진다”고 웃었어요. 반찬거리를 잔뜩 산 주부 최모(49)씨는 “재난지원금을 받고 나니까 새삼 재래시장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된다”며 “배달을 시키면 어느 정도 양 이상을 시켜야 하지만 시장은 싱싱한 재료를 조금씩 살 수 있어 좋더라”고 전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평소 재래시장을 이용하던 주부, 중장년층 말고도 2030세대까지 찾고 있다는 겁니다. 재난지원금도 쓰고, 소상공인도 돕는 ‘착한 소비’를 하면서 덤으로 새로운 놀이 문화까지 즐기는 거죠.

19일 재래시장을 잘 찾지 않는다는 직장인 김모(30)씨도 이날만큼은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영천시장의 닭강정집에 왔어요. 근무 중 쉬는 시간을 이용해 간식거리를 사러 나온 겁니다. 김씨는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일일이 확인하기 번거로웠는데, 재래시장은 거의 모든 점포가 사용 가능하다고 해서 나왔다”며 “(재난지원금을 쓰면) 내 돈 나가는 게 아닌 것 같아서 기분 좋게 결제하고 동료들한테 인심도 팍팍 쓴다”고 말했어요.

쌍둥이 언니와 21일 망원시장을 찾은 대학생 김모(22)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수업이 대부분 취소돼 식재료도 사고 언니랑 놀 겸 나왔다”며 “자취생이 먹거리 사기에는 시장이 질도 좋고 양도 적당한 것 같고 지원금이 있으니 실컷 사도 걱정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재난지원금으로 미국인 유학생 친구와 간식을 사먹는 대학생도 있었어요. 심모(22)씨는 “이 만한 구경거리가 흔치 않고 미국인 친구도 너무 신기해 한다”라며 “시장이 활기를 띠는 걸 보니 괜히 기분도 좋아지고 남은 재난지원금도 재래시장에서 써야겠다”고 했습니다.

 ◇정육점, 최대 수혜지로 떠오른 이유는 
19일 마장동 축산물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손님들이 고기를 주문하고 있다. 이태웅ㆍ이혜인 인턴기자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가장 많이 웃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기자들이 직접 만난 재래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정육점의 매출이 제일 많이 올랐다고 입을 모읍니다. ‘공돈’이라 좀 더 호화롭게 쓰는 걸까요. 그것도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 소비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마트, 분식류 등 먹거리와 생활필수품 위주로 매출이 올랐다고 해요.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에서 42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한 사장 조모(54)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0% 정도 매출을 회복한 것 같다”며 “잠깐이지만 지난주 재난지원금이 막 풀렸을 때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더 많이 왔다”고 했습니다. 같은 시장의 또 다른 고깃집은 3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아래로 떨어졌다가 재난지원금이 풀리고 나서 80%까지 올라왔다고 해요.

대학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의 한 정육점은 재난지원금으로 오히려 매출이 예년보다 더 늘었다고 했습니다. 사장 권행순(57)씨는 “현재 전체 매출의 80%가 재난지원금 결제”라며 “요즘엔 비싼 고기를 잘 사지 않았던 젊은이들까지 재난지원금을 쓰기 위해 찾아와 신기하다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망원시장에서 만난 주부 윤슬기(33)씨는 “돈 받은 김에 소고기를 양껏 사서 먹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너무 좋아하더라”며 기뻐했죠. 온라인엔 ‘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 플렉스했다’(flexㆍ자신의 부와 능력을 과시)는 유쾌한 반응도 쏟아집니다.

마트나 과일가게, 분식집 등도 이제 조금 물건 팔 맛이 난다네요. 대조시장에서 28년 동안 장사를 한 생선가게 사장 조한권(65)씨는 “3월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70% 이상 떨어져 폐업할 생각까지 했다”며 “지금은 50% 정도까지 회복했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전했어요. 영천시장의 꽈배기집 사장 박옥화(65)씨는 “매출을 완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나아진 것은 확실하다”며 “지난주에는 한 손님이 이 기회에 많이 사야 한다며 2만원어치 꽈배기 한 박스를 사갔다”고 웃었습니다.

 ◇“8월 이후는 어떡하나”…‘반짝 효과’ 우려도 
재난지원금 사용을 독려하는 재래시장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의 한 이불가게는 재난지원금 안내문을 부착했고, 서울 은평구 대조시장은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구를 담은 플래카드를 시장 입구에 내걸었다. 김예슬 임수빈 인턴기자ㆍ대조시장 제공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의류, 신발, 문구 등은 아직 재난지원금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고 하는데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30년 넘게 옷 가게를 운영한 이순례(70)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떨어지기만 했지, 나아진 건 없다”며 “코로나19로 재래시장에서 의류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며 걱정해 준다”고 했어요. 인헌시장의 한 건강원 사장 김모(70)씨는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다들 재난지원금을 마트에서만 쓰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재난지원금 사용 기한이 8월 31일까지여서 매출 상승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 같다는 걱정도 나왔어요. 영등포시장의 이불가게 사장 오모(69)씨는 “지금은 한숨 돌렸다지만 6~7월 이후가 문제”라며 “코로나19 여파는 계속될텐데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다 쓰고 나면 똑같이 장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아쉬워했어요.

영천시장의 박종복 상인회 회장은 “지역자치단체 지원금은 사용 기한을 짧게 하고 정부 지원금은 기한을 그 보다 늘리는 식으로 해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며 “재래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라 전체로 봐도 경기 안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장 차원에서 손님들에게 재난지원금 사용을 적극 독려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대조시장은 시장 곳곳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어요. 또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재난지원금 사용 손님에게 부가세를 더 받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는 안내 방송도 내보내고 있죠.

재난지원금 사용 손님에게 5~10% 할인을 해주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대조시장의 신동우 상인회 회장은 “시장 홍보도 되고 어려운 이웃에 도움도 되고 상부상조하자는 의미에서 아이디어가 나와 의논 중”이라며 “이 외에도 상인들에게 재난지원금 사용 손님을 환대해주라고 꾸준히 독려하고 있다”고 했어요.

아직 재난지원금을 무엇으로 ‘플렉스’할지 고민 중이신가요. 재택근무 하면서 먹었던 배달 음식에 질렸다면, 오늘 저녁은 재래시장 한 번 들려보는 건 어떠세요. ‘착한 소비’가 별 게 아니잖아요. 소비의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김예슬·이태웅·이혜인·임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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