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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 낀 너트크래커 한국, 전략적 모호성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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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 낀 너트크래커 한국, 전략적 모호성 벗어나라”

입력
2020.05.23 0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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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국 외교 조언

“미 경제블록, 자유주의 어긋나

명확한 원칙ㆍ입장 전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애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 로라 켈리 캔자스 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ㆍ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애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 로라 켈리 캔자스 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ㆍ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신냉전’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너트크래커’ 신세 한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책임 공방으로 대표되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한국에 양자택일을 강요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노련한 외교 줄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동안의 ‘전략적 모호성’에서는 벗어나야 할 때라는 조언도 나온다.

최근 미중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전략 차원에서 제기된 측면이 있다. 중국 때리기로 재미를 봤던 2016년 전략을 되풀이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역시 중국에는 비판적이다. 미중 패권다툼이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도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에 참석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고민스럽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코로나19가 미중 경쟁을 가속화할 것 같다”면서 기술패권과 무역전쟁, 경제제재 등 최근의 미ㆍ중ㆍ일 국제 정세가 국가 이익 측면에서 고민 지점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방역 협력으로 한국이 외교적으로 움직일 공간이 커졌다는 점은 희망적인 지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위비분담 협상을 제외하고는 한미관계는 모든 게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국도 미국과의 확전은 꺼리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등 주변국을 무리하게 압박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중립’을 지켜주기 바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 THAAD) 논란 때처럼 미중 양쪽 싸움에 한국이 속절없이 휘말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얘기다.

다만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이 그 동안의 소극적 외교전략은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한국이 왜 전략적 모호성을 내보이는지 알고, 한국을 어떻게 다룰지 내부적으로도 준비했을 것”이라며 “한국도 선제적으로 우리 입장과 원칙을 정립해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생각하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 한국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기준을 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우리의 번영과 안보를 지켜준 시장경제 자유무역, 자유민주주의, 개방된 세계화 등의 원칙을 기반으로 사안에 따라 입장을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앞세워 세계 경제를 미국 중심으로 블록화하고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한국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후 미중 양국과 협의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한 전문가는 “국가안보나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것이 아닌 단순히 강대국의 패권화를 위한 경제블록 구상은 한국의 자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탈중국화가 유리한 일부 산업에 관해서는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등 유연한 외교술도 요구된다. 김한권 교수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는 신뢰를 잃게 되고 중국에게는 한국을 더 강하게 압박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은 지난 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한미 언론 합동토론회에서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 외교의 입지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계속 고민해 왔고 현실적인 미중 갈등 구조 하에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는지가 실무 외교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코로나19 협력을 통해 미중 관계 갈등 국면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한 바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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