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ㆍ박근혜ㆍ문재인 정부서 예외 늘어 실효 적어
‘北 사과 있어야 해제 가능’ 명분에 매몰돼 논란 반복
“5ㆍ24 조치가 있으나 없으나 남북관계에서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책임을 묻기 위해 취한 남측의 독자적 대북제재인 5ㆍ24 조치 해제 논란 관련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지난 10년간 예외 인정이 늘어나 5ㆍ24 조치는 이미 실질적 효력이 없던 ‘허깨비’였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허울만 남은 5ㆍ24 조치 폐기 선언을 두고 보혁 갈등은 여전히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5ㆍ24 조치는 이명박 정부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두 달 뒤 북측의 책임을 촉구하며 발표한 행정조치다. △남북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ㆍ반입 금지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 당시 진행하던 남북협력사업을 전면 중단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명분에 비해 법적 성격은 애매하다. 2010년 5월 2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의 정책 발표 형식으로 이뤄졌을 뿐 입법된 바는 없기 때문이다. 법령에 근거해 꼭 지켜야 하는 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역대 정부를 거쳐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예외 적용이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부터 2011년 8월 7대 종단 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교역 중단에 관한 5ㆍ24 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2013년 11월 나진 하산 물류사업을 예외사업으로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5ㆍ24 조치를 사실상 형해화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5ㆍ24 조치는 해제 논의 때마다 적절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 없이 제재만 해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지난 20일 통일부가 “5ㆍ24 조치는 사실상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평가하자,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21일 “북한이 사과 한 번 한 적 없는데 2년 전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제재 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하더니 이제 통일부가 대놓고 선언하느냐”며 반박 논평을 낸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도 2014년 10월 “5ㆍ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 진정성 있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보수ㆍ진보 진영을 떠난 남북관계 개선 과제라는 평가가 다수다.
전문가들은 5ㆍ24 조치 해제 논란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2일 “5ㆍ24 조치는 법률적 의미가 없는데 해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에 가까운 얘기”라고 말했다.
5ㆍ24 조치 해제의 전제조건이 ‘북한의 사과’라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남북관계에서 기존 합의나 조치를 넘어서고 싶으면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면 되는데 5ㆍ24 조치는 ‘해제’ 틀에 매몰돼 있다”며 “5ㆍ24 조치 해제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남북간에 풀어갈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새로운 조치를 취해가는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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