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2013년 매입해 운영했던 경기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뉴스1

‘편안한 안식처로 느낄 수 있도록 쉼의 공간으로 제공’

정의기억연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경기 안성’ 쉼터를 구입하기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담긴 내용 중 일부다. 사업 당시만 해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모시기 위한 ‘쉼터’로 활용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하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은 최근까지 이 쉼터의 존재조차 몰랐을 정도로 쉼터는 깜깜이로 운영됐다. 정대협이 사업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22일 정대협이 2013년 8월 공동모금회에 제출한 ‘지정기탁사업 배분신청서’를 보면 사업명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을 위한 치유와 평화의 집’으로 적혀 있다. 현대중공업이 공동모금회를 통해 건넨 10억원을 피해자 할머니를 모시기 위한 ‘쉼터’로 쓰겠다고 명시한 셈이다. 정대협은 이런 사업 취지를 담은 계획서를 공동모금회에 제출해 10억원을 받았고, 같은 해 11월 경기 안성 쉼터를 7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면 쉼터 조성에 총 8억8,000만원가량이 쓰였다.

사업개요엔 위안부 생존자 8명이 수혜를 볼 것이란 추정과 함께 이들 할머니들을 위해 ‘매주 1회 목욕탕 가기’,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서예 활동’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하지만 정대협이 내세운 청사진은 그야말로 허언에 불과했다. 본보 취재 결과2013년 11월 개소식 당시 이미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 등 피해자 할머니 4분이 참석하긴 했지만 실제 쉼터에 머문 할머니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개소식 참석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현재 서울 마포구의 ‘평화의 우리집’에서 지내고 있다. 안성 쉼터가 ‘펜션’처럼 사용된 정황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정대협을 통폐한 승계한 정의연 홈페이지에서도 안성 쉼터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깜깜이로 운영된 셈이다.

사업계획서 캡처

예산 집행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정대협은 예산계획서에 인테리어 제작비ㆍ비품비ㆍ물품구입비로 7,630만원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가구제작(1,000만원) 수납장 제작(1,000만원) 소파(200만원) 프로젝트(200만원) 자동스크린(100만원) 등이다. 하지만 바닥 미끄럼 방지 장치, 휠체어 리프트 등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상 노인 공동생활 시설 운영을 위한 편의 시설을 위해 할당된 금액은 없었다. 더구나 정대협이 사업 운영과 관련해 공동모금회의 회계평가에서 가장 낮은 F등급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계획은 거창한데 제대로 실행된 사업이 없다”며 “예산을 타내려고 사업계획서를 허위로 꾸민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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