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보다 현재 바이러스 더 많이 전파”
유럽 각국이 내달부터 최대 ‘돈줄’인 관광 빗장을 푼다. 아무리 감염병 사태가 심각해도 관광 성수기인 여름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경이 됐다. 그러나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은 피할 수 없다”는 방역당국의 판단이 나와 보건 위기와 경제 회생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다음달 15일부터 코로나19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10여개 국가에서 출발한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 자리에서 관광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240억유로(약 32조원) 규모의 지원 계획도 내놨다. 또 다른 관광 대국 이탈리아도 이날 “내달 3일 국내 모든 공항의 운영을 재개하고 국내ㆍ국제선 운항도 허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또 불가리아는 내달 15일 전세기 운행을 재개하고, 터키도 31개국에 한해 다음달부터 의료 관광을 다시 시작한다. 슬로베니아는 자국민에게 200유로 상당의 할인권을 제공, 국내 여행 활성화를 꾀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보건항공기구 역시 항공객 증가에 대비해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의 방안이 담긴 새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회원국들과 보조를 맞췄다.
관광 재개 추진은 유럽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나 다름 없다. 관광산업은 사실상 유럽 나라들을 먹여 살리는 업종이다. EU 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고, 회원국 전체 고용인력의 12%가 관광업에 종사한다. EU 집행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사라질 관광분야 일자리는 640만개에 달한다.
하지만 유럽의 장밋빛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전망이 나왔다. 앤드리아 아몬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국장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2차 유행은 더 이상 먼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시기와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각국의 집단면역 수준은 2~14%로, 이는 인구의 85~90%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뜻”이라며 “1,2월보다 지금 바이러스가 더 많이 전파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3월 초 스키 휴가 시즌에 유럽 전역에서 신규 확진 사례가 급증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ECDC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EU와 영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센터 관할 지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 환자는 132만4,183명, 사망자는 15만8,134명에 이른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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