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의 포화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4개월 늦춰진 2022년 3월이 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전망과 임시저장시설 건립 기간을 고려할 때 늦어도 올해 8월엔 맥스터 건설에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현지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감안하면 맥스터 건설엔 적지 않은 진통도 뒤따를 전망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방사성폐기물학회(방폐학회)에서 새로 산정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월성원전 맥스터가 2022년 3월 포화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2년 전 방폐학회에선 월성원전 맥스터의 포화시점을 2021년 11월로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포화 시점이 4개월 연장됐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발전 후 남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말한다. 맥스터는 냉각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하는 건식저장시설이다. 현재 월성원전엔 300기의 캐니스터(원통형 보관소)와 7기의 맥스터(직육면체 보관소)가 있다. 캐니스터 300기는 이미 꽉 찼고 맥스터 7기도 거의 포화 상태다. 만약 포화 시점까지 맥스터를 늘리지 않으면 현재 가동 중인 월성 2~4호기를 모두 정지하는 상황도 배제할 순 없다.
문제는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맥스터 증설을 위한 착공의 마지노선은 올해 8월이다. 맥스터 건설엔 약 19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남은 3개월 안에 재검토위가 맥스터 증설에 대한 경주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을 끝내고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결과를 전달해야 하는데 상황의 여의치 않다. 벌써부터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경주 지역 17개 시민단체가 구성한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시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는 지난 14일부터 경주역 광장 앞에 천막을 치고 맥스터 건립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다른 지역으로 반출한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고 맥스터 증설을 강행하는 건 경주를 핵폐기물 쓰레기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라며 “2만여 시민 서명을 받아 맥스터 증설을 위한 공론화를 실력으로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 인근의 울산 주민들의 의견도 변수다. 재검토위는 의견 수렴 대상을 경주 시민으로 한정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관계자는 “울산 북구는 월성원전에서 불과 8㎞ 떨어져 있다. 직접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울산 시민이 공론화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된 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녹색연합 등 탈핵 단체들은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다음 달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반대율이 높게 나오면 재검토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방폐학회가 새로 제시한 포화 전망을 고려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의견수렴이 적기에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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