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정계 복귀도 시사… “文대통령, 북미 진전 없으면 일 만들 것”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남북문제의 변화와 함께 정치적 역할이 있으면 (지원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그는 22일 출간되는 ‘창작과 비평’ 대담에서 “올해도 북미 간 진전이 없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충분히 소통하되 일부 부정적 견해가 있어도 일(남북 교류)을 만들고 밀고 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이웃집 마실 가듯’ 만나겠다는 남북 정상회담 약속을 지킬 때”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남주 창작과 비평 부주간과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길’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문 대통령이 ‘이웃집 마실 가듯이’라고 한 것도 남북 간 필요하면 두 정상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시대로 가겠다는 의미”라며 “지금 그걸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다시 움직이기 위해 두 정상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남북관계 교착 원인으로는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노딜’을 꼽았다. 임 전 실장은 “북한은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제재를 먼저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불가역적 비핵화의 시작인 영변 핵시설 해체를 제시했는데도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우리 마음대로 북미관계를 풀 수 없다면 새로운 결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한반도 평화의 운전자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임 전 실장은 구체적으로는 △지방정부를 활용한 인도적 협력사업 △과감한 북한 관광 재개 △남북 산림협력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을 꼽았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 나가자”고 말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한 임 전 실장은 4ㆍ15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전국을 도는 ‘유세단장’ 역할로 여권 잠룡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했다. 임 전 실장은 향후 행보와 관련, 다음 달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이사장으로 복귀해 통일운동에 나서겠다고 나서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이 2004년 설립한 경문협은 조선중앙방송을 비롯한 북측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또 “1.5(반민반관) 교류를 관리하는 책임이 아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서 1.5트랙에서 남북 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여의도 정치 복귀와 관련, 임 전 실장은 남북관계 관련 역할을 하겠다는 뜻은 밝히면서도 “그것이 아닌 조건에서의 일반 제도정치에 계속 몸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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