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지도가 급격히 바뀌는 가운데 재택근무 증가의 영향으로 성형외과와 안과 등이 때아닌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전거 매출은 전년대비 69%나 뛰어올랐다. 반면 예상대로 여행과 항공, 면세점 업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21일 발간했다. 하나카드의 올해와 작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1분기보다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자전거였다. 매출액 증가율은 45%로 집계됐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 쏟아지기 시작한 3월만 따지면 전년 동월 대비 69%나 뛰었다. 감염 위험이 높은 대중교통 대신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자동차 부문에선 국산 신차(-23%)와 중고차(-22%) 구매는 줄어든 가운데, 수입 신차 매출액은 11% 증가했다.
의료 분야는 소아과(-46%), 이비인후과(-42%), 한의원(-27%) 등 대부분의 병의원 3월 매출이 급감했지만, 성형외과(+9%)와 안과(+6%)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성형이나 안과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어차피 집 밖에 못 나가니 성형이나 안과 시술을 받는 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공적 마스크의 판매로 약국 역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코로나19로 외식보다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축산물ㆍ정육점(15%), 농산물(10%), 청과물(5%) 관련 업종의 매출도 모두 증가했다.
반대로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여행 관련 업종이었다. 각 국의 입국제한에 따라 여행객이 크게 줄면서 1분기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화관과 테마파크도 각각 57%, 53% 매출이 급감했다.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는데, 특히 코로나19가 극에 달했던 지난 3월 한 달 동안 전년 동월에 비해 88%나 급감했다. 항공사 역시 매출이 50%나 줄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경우 매출은 줄었지만 3월 건당 평균 구매금액은 각각 6%, 3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매장을 자주 가지 않는 대신 한 번 방문하면 많이 사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04년부터 매년 성장해온 국내 신용카드 이용액의 평균 성장률을 고려할 때 올해 1분기 카드소비는 전년 대비 약 16~18조원 순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종별 편차가 존재하며 당분간 소비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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