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과학작가이자 철학가인 짐 홀트는 서문에서 이 책의 내용이 ‘칵테일 파티용 잡담’의 주제로 쓰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파티용 대화라고 해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기대했다면 오산. 책은 과학, 수학, 철학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현대 사상사에서 제기됐던 학문적 논쟁들과 사상가의 삶을 포개 이야기한다.
첫 장의 등장인물부터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1933년 미국으로 건너와 프린스턴 대학에서 머물던 아인슈타인은 논리학자였던 쿠르트 괴델을 만난다. 27년의 나이 차이만큼이나 성격도, 기호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지적 고립을 메워주며 단짝이 됐다.
당시 괴델은 학계에서 유명 인사가 아녔고, 뚜렷한 연구 업적도 없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과 괴델은 매일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눴고, 그 지적 교류가 훗날 괴델을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가장 위대한 논리학자로 성장시켰다.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짐 홀트 지음ㆍ노태복 옮김
소소의 책 발행ㆍ508쪽ㆍ2만7,000원
이 밖에도 책은 수학자 에미 뇌터부터 컴퓨터 선구자 앨런 튜링, 프랙털의 발견자 브누아 망델브로 등등 사상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한다. 또 저자는 알쏭달쏭한 말들로 가득 한 질문들을 쏟아내며 독자들을 학문의 세계 심연으로 안내한다. ‘물질, 공간 및 시간은 무한히 나눠질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우주가 영원히 지속되길 바랄까.’ 심오한 개념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드는 의문. 흥 치솟는 파티에서 이런 대화 주제가 과연 먹힐까.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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