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확대되고 있는 우편투표에 대해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극력 반대하고 나섰다. 연방정부 지원 중단까지 거론했을 정도다. 하지만 공화당도 이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경도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의 사전투표 반대 주장을 둘러싼 한국 내 논란과 유사한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사기꾼 (미시간주) 국무장관이 770만명에게 불법적으로 부재자투표 신청서를 보내고 있다”면서 “그들이 사기의 길로 간다면 자금 지원 보류를 요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미시간주 국무장관이 8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 11월 대선을 위한 우편투표 신청서를 발송한다고 발표한 것을 겨냥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바다주에 대해서도 “유권자 사기 시나리오를 만들어 불법적인 우편투표 용지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찬가지로 연방자금 지원 보류를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 우세지역인 미시간주와 달리 네바다주에서 우편투표 확대를 주도하는 국무장관은 공화당 소속이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내달 실시되는 연방ㆍ주의회 의원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때 직접투표소는 아예 폐쇄하고 100% 우편투표로만 진행하겠다”고 밝혀 오히려 민주당이 “직접투표소도 유지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화당 소속 조지아주 국무장관도 “직접투표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우편투표 신청서를 발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편투표는 민주당 지지성향이면서 투표율이 낮은 젊은층ㆍ흑인의 참여 못잖게 투표소에 가기 힘든 노년층의 투표율도 올릴 수 있다. 대체로 민주당이 적극적이지만 일부 공화당 우세지역도 이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다. 최근 우표투표로 진행된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 보궐선거에선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CNN방송은 “우편투표가 어느 한 쪽에만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많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의 공격으로 당혹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부터 ‘우편투표=사기’라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음모론에 경도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투표 조작 사례는 매우 드물다”면서 “우편투표가 활성화된 워싱턴주에서 공화당 소속 국무장관이 2018년 진행한 조사 결과 부적절한 사례는 0.004%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스테판 블라덱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주장은 부재자투표와 투표 조작 간 관계에 대한 음모론적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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