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 폭로 후 여권서도 “사퇴 불가피” 부상
친정권 인사로 검찰청법 개정 논란의 핵심인물
벚꽃모임 고발 등으로 아베 총리에 정치적 타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차기 검찰총장으로 점 찍은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급사태 선언 기간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한 사실이 주간지 보도에 의해 밝혀지면서다. 최근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여론의 강한 반발로 처리를 보류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핵심 인물로, 아베 정부에 대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전날 주간지 슈칸분슌의 보도와 관련한 법무성 조사에서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날 주간지 보도 이후 야당은 물론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사실이라면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급부상했다.

친정권 인사로 알려진 구로카와 검사장의 사퇴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검찰총장 등 내각의 결정만으로 검찰 간부의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한 바 있다. 정부와 자민당이 법안 강행 처리를 추진한 배경에는 지난 1월 31일 각의(국무회의) 결정으로 당시 퇴직을 불과 1주일 앞둔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을 오는 8월까지 연장했다. 만 63세 퇴직을 명시한 검찰청법을 적용하는 기존의 법 해석을 뒤집고, 이례적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하면서 야당의 반발을 샀다.

이에 정권과 가까운 그가 올 여름 정년 퇴임을 앞둔 이나다 노부오(稲田伸夫) 검찰총장의 뒤를 이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법무성이 3월 제출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 연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후 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권에서는 정권이 검찰 인사를 장악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국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심의가 진행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사들의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는 해시태그를 단 비판이 단숨에 확산됐다. 이 같은 여론의 반응은 전직 검찰총장 등 퇴직한 검찰 간부들이 검찰 인사에 대한 정치 개입을 우려하며 법무성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아베 정권 견제로 이어졌다.

한편, 변호사와 법학자 등 660여명은 이날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과 관련해 아베 총리와 후원회 간부 2명 등 3명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도쿄지검에 제출했다. 매년 봄 정부 예산으로 도쿄 신주쿠교엔에서 열리는 ‘벚꽃을 보는 모임’은 지난해 야당으로부터 아베 총리 후원회 등을 포함해 친목행사로 사유화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8년엔 아베 총리의 지역구 주민들이 도쿄의 고급호텔에서 전야행사를 열었고 일부 참가비를 총리 측이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아베 총리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고발인들은 이날 “아베 총리와 후원회 간부가 공모해 1인당 최소 1만1,000엔인 호텔 비용을 5,000엔만 받고 차액을 제공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전야제에 참가 인원 800여명으로부터 5,000엔을 받은 사실을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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