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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80일 만의 등교’ 발목잡은 코로나… 75개교 수업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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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80일 만의 등교’ 발목잡은 코로나… 75개교 수업 못했다

입력
2020.05.20 18:38
수정
2020.05.24 14: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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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명 확진에 오전귀가 인천 66개교, 21일 연합평가도 원격 시행

안성 9개교는 하루 등교 중지… 등교한 학생들 발열 검사만 하루 네 번

학교 가는 길은 여전히 불안했다. 다섯 번의 연기 끝에 고3이 등교를 시작한 20일, 인천과 경기 안성 학교 75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여파로 폐쇄됐다. 이들 학교 고3 학생들에겐 여섯 번째 마주한 ‘등교 중지’ 조치다. 자칫 방심했다가 교문이 또다시 닫힐 수 있다는 위기감 탓에, 등교 첫 날 전국의 고등학교 교정에는 새 학기 설렘보다 긴장감이 더 짙게 감돌았다. 특히 이날 일일 발생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9일 만에 다시 30명대로 올라서면서 당분간 ‘불안한 등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연수구 송도고 3학년 학생들이 20일 등교 2시간 만에 귀가하고 있다. 뉴스1
인천 연수구 송도고 3학년 학생들이 20일 등교 2시간 만에 귀가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날 등교한 인천 5개 자치구(미추홀구, 중구, 동구, 남동구, 연수구) 관내 66곳 고교 3학년 학생 전원이 오전 중 귀가 조치됐다. 이날 새벽 미추홀구 인항고 3학년 A군(18), B군(18) 2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교육당국은 인항고와 인근 고교 2곳에 대해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 등교중지 조치를 내렸고, 나머지 학교는 이날 오전 10시~11시 사이 이미 등교한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다중이용시설을 많이 이용했고,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아 동선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등교중지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두 학생 중 한 명은 연수구에 위치한 체육시설인 서울휘트니스를 이달 7일과 8일, 12일에 방문했는데 이 때 접촉자만 97명에 달한다.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는 체육시설 등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인천 지역 초중고 등교수업 일정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돌발 상황에 이날 인천 계양구 안남고를 방문하기로 했던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교육당국은 이날 폐쇄된 인천 지역 학교 66곳에 대해 이번 주까지 등교중지를 연장, 원격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 학교는 21일로 예정됐던 전국연합학력평가도 ‘원격’으로 치렀다.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도 당일 안성 지역 9개 고교에 대해 등교중지를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다만, 경기도교육청은 21일부터는 안성 지역 학교의 등교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등교 첫 날부터 벌어진 학교 폐쇄에도, 방역과 교육당국은 국지적인 집단감염은 일정 부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산발적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고 해서 지금 현 (방역) 단계를 이전 수준의, 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통제의 상황으로 바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교 입장에서는 21일부터 전국단위 모의고사가 예정돼 있는 등 빠듯한 시험 일정, 대입 일정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승겸 서울 용산구 중경고 교장은 “등교하기 조심스럽지만, 대입을 생각하면 안 할 수도 없다”며 “우리는 수시로 많이 가는 학교인데 수시에는 고3 1학기가 가장 중요해 지금도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중경고 3학년 학생들이 20일, 교문 앞에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서울 용산구 중경고 3학년 학생들이 20일, 교문 앞에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날 각 학교가 마련한 방역 대책은 병원을 방불케 했다. 교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학교가 2주간 폐쇄되는 등 학사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교문에서부터 반복해 발열 검사를 거쳐야 했다. 서울 용산구 중경고의 경우 교문과 학교 중앙 현관에서 체온이 37.5도가 넘는지 두 차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해야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급식실로 이동하기 전에도 체온을 한 번 더 재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수능이 197일 남은 채 등교한 학생들도 만반의 대비를 한 모습이었다. 등굣길에 만난 서울 종로구 경복고 3학년 이민우(18)군은 “학교에서 방역 교육을 받아서 크게 걱정은 안 한다”며 “필요한 물품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군은 여분의 마스크, 물티슈, 개인 수저 세트를 꺼내 보였다.

전국 곳곳에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신종 코로나 대표 의심 증상인 “열이 난다”고 호소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의 한 학생은 동행한 학부모가 “아이가 설사를 한다”고 알려, 보건실로 안내되기도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전국 고3 학생 127명이 37.5도 이상의 열이 나 구급차를 타고 선별진료소로 옮겨졌다. 지역별로는 광주가 35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34명), 경북(21명), 서울(19명) 등의 순이었다.

교사들은 끊임없이 학생간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경복고 교문 앞에서는 어깨동무를 하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학생들을 향해 한 교사가 “얘들아 거리두기 하자”라고 타이르는 모습도 포착됐다. 중경고의 고3 교실 칠판 한 켠에는 ‘책상 사이, 사람 사이 간격 유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방역 수칙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학교들은 책상간 1m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사물함, 청소도구함, 공기청정기 등을 교실에서 들어냈다. 특히 마스크는 점심을 먹을 때를 빼고는 7교시 수업 내내 착용해야 한다.

학교 방역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급식 시간에는 식탁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학년ㆍ학급별 시차를 두는 등 대면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총 동원됐다. 일부 학교는 책상에도 가림막을 설치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는 책상마다 이동식 가림막을 마련, 학생들이 선택과목 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을 이동할 때마다 들고 다니도록 했다.

앞으로 고1, 2까지 개학하게 되면 학교 방역을 전담하는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처럼 등굣길부터 수업 시간, 쉬는 시간, 급식 시간까지 내내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교사들이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중경고만 해도 고3 교문 지도에만 무려 9명의 교사가 매달렸다.

교육당국의 보건교사 인력 지원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우리는 전교생 1,000명 이상 과대학교가 아니지만 700~800명 되는 고교도 보건교사가 2명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1,000명 이상의 과대학교에 보건교사 자격증 또는 간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보건지원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나머지 학교들은 통상 1명의 보건교사만 두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학생이 등교하는 순간부터 우리 사회의 모든 방역체계는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은 24시간 비상 상태를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교육청의 인력을 매일 학교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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