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첫발을 뗐다. 모처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노사정 위원회 이후 22년 만이다. 대화를 이끌어낸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회적 대타협까지 속도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해고 금지에, 경영계는 고용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 첫 회의에서부터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로 논의에 임해달라”고 독려했다. 정 총리는 “1998년과 2009년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도출한 경험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실직자 규모가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악의 고용위기가 몰려오고 있는 만큼 한시가 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총리는 “우리 국민의 삶이 대단히 어렵다. 국민들께 희망과 용기를 드려야 하는 때”라며 “일자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해 노사정 모두가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례 없는 위기인 만큼 전향적 자세를 가져줄 것도 거듭 주문했다. 정 총리는 “노사정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각자 입장만 고집하면 작은 결실도 거둘 수 없다”며 “시선을 둘 곳은 조직 내부가 아닌 오로지 국민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노사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위기의 심각성과 고통 분담의 필요성엔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과 관련해서는 우선 순위를 달리했다. 노동계는 고용유지 명문화와 고용보험확대 등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자 해고 금지, 사회적 안전망 확대 등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노동시간 유연성 확보 및 임금 조정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영업 적자에 처한 기업들이 막대한 고용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동성 공급을 통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확대 시행돼야 하고, 임금 대타협을 통해 노사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는 빠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정 총리의 당부에도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시한을 못박지는 않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소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노사정 합의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은 사안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노사정 대표자 회의 이후 별도의 실무협의기구를 꾸려 논의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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