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후 국민이 20대 국회는 정말 달랐다고 박수 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정세균 국회의장 취임사)
20대 국회가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2016년 6월 개원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20대 ‘일 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4년간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눈에 띄는 것이라곤 2016년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정도다. 역대 가장 낮은 법안 처리비율로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자초했고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는 폭력 국회를 막자며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을 7년 만에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여야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개정안’ 등 133건의 법안을 의결했다. 4년간의 의정활동은 이날 본회의로 마감했다. 그러나 여야는 과거 어느 때보다 극심한 대치로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로 격렬한 진영 대결이 이어지면서 국회는 투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원내 모든 정당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에서 단식투쟁을 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국회 보이콧을 되풀이했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는 국회 밖 단식투쟁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제1야당 없이 처리하며 강 대 강 대치로 맞섰다.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야는 육탄전을 벌였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7년 만에 ‘빠루(쇠지렛대)’가 등장했고, 회의장 점거도 벌어졌다.
뒤늦게 일 하는 국회를 만들자며 국회법을 개정해 ‘법안심사소위 월 2회 이상 개최’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법안소위는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를 좁히는 무대라, 소위가 활성화되면 법안 처리도 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7월 17일 이후 상임위별 소위 개최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이를 지킨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17개 상임위 중 소위를 가장 적게 연 곳은 문화체육관광위와 운영위였다. 문체위는 지난해 7월 17일과 지난 7일 소위를 연 게 전부였고, 운영위는 지난해 11월에만 열었다. 정보위도 한 차례만 소위를 개최했지만, 심사 법안 건수가 원래 적은 편에 속했다. 교육위는 7차례 진행했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외교통일위ㆍ보건복지위는 5번, 여성가족위는 3번에 그쳤다. 그나마 행정안전위가 16차례 소위를 열어 취지에 부응했다. ‘3ㆍ5월에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운영ㆍ정보위는 예외)’는 국회법을 어긴 상임위도 절반이 넘는 9개에 달했다. 법제사법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ㆍ환경노동ㆍ문체ㆍ여가위 등 5곳만 두 달 모두 상임위를 열었다. 국방위는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법안 처리율도 가장 낮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법안 처리율은 37.2%에 그쳤다. 역대 가장 낮았던 19대 국회(41.7%)에도 못 미쳤다. 계류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8,985건)의 2배 정도인 1만5,154건으로,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된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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