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행이 쉽지 않은 저 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특별기구(SPV)를 10조원 규모로 6개월간 한시 운용하기로 했다. 이 기구에 한국은행이 8조원을 사상 처음 직접 대출한다.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은 총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명 이상 기업으로 확정됐다. 또 3조5,000억원을 투입해 공공 및 청년 일자리 55만개+α를 창출하기로 했다.
20일 정부는 ‘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와 같은 대책을 결정했다. 정부는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아직 경계해야 할 수준”이라며 ‘채권시장 안정화’ 관련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정부는 저 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대책으로 AA등급 이상 회사채 시장은 발행액이 늘어나면서(3월 발행액 1.7조원→4월 발행액 4.8조원) 안정을 찾고 있지만, 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은 발행규모가 4월 들어 2,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BBB등급 회사채 기준 국채 금리와의 차이(스프레드) 또한 6%대에서 7%중후반대로 치솟아 기업의 금리 부담이 상당하다.
이에 정부는 한은, 산업은행과 역할을 나눠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ㆍCP을 사들이는 10조원 규모 SPV를 1차로 만들기로 했다. 재원은 △정부 출자 1조원 △산은의 후순위 대출 1조원 △한은의 선순위 대출 8조원으로 나뉜다.
한은은 한은법상 위기대응 조항에 근거해 처음 은행 등이 아닌 SPV 대출에 나섰다. SPV가 요청하는 필요 자금만큼 한은이 그때 그때 대출해 주는 ‘캐피탈 콜’ 방식인데, 갚을 때도 ‘선순위’인 한은 자금을 먼저 상환하게 된다.
정부는 우선 6개월간 기구를 운영한 뒤 연장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시 운영 규모를 20조원으로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SPV는 주로 만기 3년 이하 A등급 이하 회사채를 사들인다. BBB등급 이하 회사채도 매입하는데, 투기등급(BB등급) 가운데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일명 ‘타락한 천사(Fallen Angel)’에 한정해 SPV가 매입에 나선다.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 지원 기준도 구체화했다. 대상은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인 기업 중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기업이어야 한다. 지원 업종은 항공ㆍ해운이 우선되지만 다른 업종도 상황에 따라 지원할 방침이다. △핵심기술 보호 △산업 생태계 유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되는 기업은 앞선 조건에 맞지 않아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자금은 코로나19로 감소한 예상 매출흐름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경영상 필요자금을 산출해 결정된다. 채무, 이자비용, 운영비용 등 경영상 필요자금에서 예상 매출을 빼 모자란 만큼만 지원되는 것이다. 지원 대상 기업의 하도급 업체를 위해 1조원 범위 내에서 기안기금을 활용한 ‘협력업체 지원 특화프로그램’도 도입하기로 했다. 대형 기업에만 지원해줄 경우 기간산업 관련 하도급 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자리 공급에도 3조5,000억원을 쓴다. 우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40만개를 만드는 게 정부 목표다. 비대면ㆍ디지털 일자리 10만개와 지방자치단체 필요에 따라 인력이 투입되는 △생활방역 지원 △골목상권 활성화 홍보 지원 등을 통해 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민간부문에선 △디지털 △채용보조 등으로 15만개 일자리가 구성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