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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기부금 모아 짓는 김복동 센터…‘이상한’ 미국 재단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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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기부금 모아 짓는 김복동 센터…‘이상한’ 미국 재단 주소

입력
2020.05.21 01:00
수정
2020.05.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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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공동회장 집을 재단 주소로 등록

현지 위안부 활동 단체들 “이해할 수 없는 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28차 정기수요시위가 지난 2월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리아타임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28차 정기수요시위가 지난 2월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리아타임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 1주기를 맞아 미국에 짓겠다는 ‘김복동 센터’를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연은 지난 2월 사업 추진을 위해 미국에 비영리법인 ‘김복동 평화재단’을 세웠는데, 법인 주소지가 개인의 자택이기 때문이다. 현지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이상한 일”이라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20일 미국 국세청(IRS)에 등록된 김복동 평화재단의 사업자등록번호(EIN)를 통해 주소지를 확인한 결과, 재단은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위치했다. 현지 활동가 등을 통해 세부 주소를 파악했더니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과 함께 재단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평통) 워싱턴협의회 회장의 자택이었다. 본보의 확인 질문에 정의연도 “한국 사고로는 흔하지 않긴 한데 미국 비영리법인들은 사무실 공간이 없을 때 자택 주소지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정의연은 하루 전만 해도 “최근 불거진 논란 때문에 이미 미국 현지에 피해를 준 상황”이라며 현지 법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정의연은 올해 1월 말 미국에 김복동 센터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28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김 할머니를 기리고 세계에 인권ㆍ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취지였다. 당초 우간다 내전 성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쉼터와 생존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 등을 포함해 우간다에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일본 정부의 방해로 제2의 장소인 워싱턴에 센터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같은 시기 정의연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김복동 센터 건립에 함께 해달라’는 글을 띄우고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나섰다. 2월엔 미국 워싱턴에서 센터 건립 사업을 주도할 비영리법인 김복동 평화재단도 설립했다. 당시 재단 출범 과정을 다룬 미주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복동 평화재단은 한국에서 모금한 15억원의 시드머니를 기반으로 워싱턴에서도 모금 운동을 벌여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오는 11월 15일에 맞춰 센터를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월 19일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윌리엄 조 평화센터윌리엄조 평화센터에서 열린 '김복동 평화재단' 준비모임. 김복동 평화재단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이재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 협의회장을 공동 이사장으로 오는 28일 재단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이재수 회장. 미주 한국일보
지난 2월 19일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윌리엄 조 평화센터윌리엄조 평화센터에서 열린 '김복동 평화재단' 준비모임. 김복동 평화재단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이재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 협의회장을 공동 이사장으로 오는 28일 재단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이재수 회장. 미주 한국일보

현지 활동가들은 김복동 센터 주소가 이 회장의 자택으로 등록된 데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현지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지원하는 미주 희망연대와 워싱턴 희망나비 등 관련 단체들은 ‘윌리엄 조 평화센터’에 주소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교민 A씨는 “윌리엄 조 평화센터는 보통 진보 단체들이 함께 쓰는 사무실” 이라며 “김복동 센터만 왜 다른 주소지에 등록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이 미국에 센터를 짓는 대대적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간 미국 현지 법인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으면서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연 홈페이지를 봐도 미국 법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정의연은 김복동 센터에 대한 언론의 의문이 제기되자 전날 설명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현지 법인 설립 사실을 알렸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부금이 해외 별도 법인으로 넘어가는 순간 우리 세무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국내 후원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연의 현금성 자산이 총 21억원에 달하는데 정확한 재원 계획 등을 밝히지 않고 기부금을 걷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현재 코로나 사태로 올 연말 개소식은 무기한 연기됐고 센터 건립 목적으로 모은 기부금 4,300만원 가량도 목적기금으로 적립돼 있다”고 해명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미국 국세청(IRS)에 등록된 미국 비영리법인 '김복동 재단'의 세금 번호(EIN number). 비영리단체 리스트와 재단 세금 번호 조회 결과, '김복동 재단'의 주소지는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공동이사장인 이재수 이재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회장의 집으로 확인됐다. 미국국세청 캡쳐
미국 국세청(IRS)에 등록된 미국 비영리법인 '김복동 재단'의 세금 번호(EIN number). 비영리단체 리스트와 재단 세금 번호 조회 결과, '김복동 재단'의 주소지는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공동이사장인 이재수 이재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회장의 집으로 확인됐다. 미국국세청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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