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여성이 주인 없이 혼자 흔들리는 커튼 사진 찍어 SNS에 올려
박물관장 “전 국민이 후베이에 보내 준 관심과 응원의 상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유명세를 탄 빨간 커튼이 박물관에 전시된다고 중국 베이징 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민들 사이에 유명해진 ‘왕홍 커튼’이 후베이성박물관에 영구 소장될 예정이다. 왕홍은 중국 온라인 상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유명인사를 뜻하는 용어다.
평범한 커튼이 널리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다. 2월 15일 한 여성(닉네임 当当当当当)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 “옆집 사람이 외출을 해 창문을 닫지 않아 커튼이 창 밖으로 20일 넘게 나부끼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 우한은 1월 23일부터 봉쇄 조치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이 여성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나부끼는 커튼의 모습을 배경 음악까지 깔아 꾸준히 틱톡에 게시했다. 그가 올린 영상만 40회에 달한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처음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전화를 걸어 커튼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집 주인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커튼은 유명세를 탔고 온라인에서는 집주인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우리와 함께 고난을 겪었다”며 커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커튼의 미스터리는 봉쇄 조치가 8일 해제된 이후 나흘 만인 12일에 밝혀졌다. 집주인 왕웨이더는 16일 후베이방송국 HBTV와 인터뷰에서 “1월초 집을 임대했는데 소독제 냄새가 심해 창문을 열어뒀다”며 “우한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원래 살던 집에 격리되면서 창문을 닫으러 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심을 가져준 옆집 여성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후베이성박물관은 이 커튼을 코로나 특별 전시물로 영구 소장키로 했다. 후베이성박물관 관장은 “중국 국민 전체가 후베이 주민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보내준 아름다운 추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깃발이 날리더니, 이제 정말 떴네!”, “이제 지위가 높은 커튼이네”, “커튼이 우한의 역경을 증언하고 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반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소장할 만한 게 그렇게도 없나” 등 부정적 반응도 있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이혜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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