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위상에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
일본군 위안부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부실관리 의혹이 증폭된 20일 정기 수요집회는 평소처럼 이어졌다. 정의연은 “냉철하고 지혜롭게 이 사태에 임하며 국내외적 위상에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논란의 중심에 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은 지난주 수요집회에 이어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 정의연과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인근에서 제1440차 정기 수요집회를 개최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상황을 바라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정의연ㆍ정대협과 함께 해 준 전세계 시민과 피해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이미 한국공인회계사회에 회계감사를 공식 요청했고, 이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며 “공익성ㆍ전문성ㆍ투명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윤정옥ㆍ이효재 초대 공동대표 등 창립 멤버들도 정의연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1990년대 정대협에서 활동했던 12명의 입장문을 대표 낭독한 한국염 정의연 운영위원장은 “부족한 인원으로 회계정리에 빈틈이 생겼을 수 있지만 결코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할 수는 없었다”며 “외부 기관으로부터 투명한 검증을 받기로 했으니 부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정대협이 지원금 수령 거부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말의 진실도 없는 왜곡”이라며 “당시 잘못된 합의로 생긴 부정의한 상황과 좌절감을 우리 모두 잊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어떻게 할머니들께 지원금을 받지 말라는 원칙에 어긋난 행태를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정의연 관련 의혹이 날로 커지면서 수요집회가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대학생을 비롯한 시민 70여 명이 참가하는 등 집회는 평소와 다름 없이 진행됐다. 다만 대부분의 참석자들 얼굴에는 무거운 표정이 감돌았다. 연대발언에 나선 한 학생은 “연일 위안부 운동을 폄하하는 왜곡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린 평화의 상징인 수요시위를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과 연대하는 여성단체 관계자 등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힘내라”는 응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수요집회 장소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는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등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동시에 열렸다. 보수단체 회원들 중 일부가 수요집회에 난입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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