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확산된 가운데 외식 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다. 맛과 더불어 식감까지 살린 ‘프리미엄 HMR’ 시장 경쟁마저 달아오르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한식 브랜드 ‘양반’을 앞세워 김치찌개, 육개장, 설렁탕 등을 간편 파우치에 담은 총 14종의 국, 탕, 찌개 출시와 함께 HMR 사업을 강화했다. 다양한 종류의 HMR 제품들이 출시된 상황에서 동원F&B에선 씹히는 ‘건더기’에 힘을 줬다. 횟감용 통참치를 통째로 넣은 ‘통참치 김치찌개’, 양지국물에 차돌양지를 양껏 다은 ‘차돌 육개장’, 소고기가 풍성하게 들어간 ‘한우사골설렁탕’ 등 내용물의 식감 살리기로 차별화했다.
시중에 나온 국, 탕, 찌개 HMR은 생산 과정에서 열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재료의 식감이 물러지고, 텁텁해진 맛이 단점으로 제기됐다. 동원F&B에선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규 설비 도입으로 열처리 시간 단축에 집중했다. 동원F&B 관계자는 “이번 국, 탕, 찌개의 HMR 생산을 위해 광주 공장 3,000평 부지에 400억원 규모의 신규 첨단 특수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며 “이를 통해 시존 방식 대비 열처리 시간을 20% 이상 단축시켜 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동원F&B는 이를 토대로 올해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하고, HMR을 2022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제품군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국물요리 HMR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도 식감을 살리는 ‘건더기 경쟁’에 합류했다. ‘비비교 육개장’을 업그레이드 한 ‘비비고 차돌육개장’을 출시해 기존과 달리 큼지막한 차돌양지를 넣고, 고기 함량도 4배로 늘렸다. 육개장에 갓 넣은 끓인 차돌의 부드러운 식감과 큼지막한 형태를 그대로 살린 것.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차돌육개장’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HMR 국물요리 시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분기 매출 5조8,309억원, 영업이익 2,7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2%, 50% 상승했다. 식품 부문에서 31% 이상 매출이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HMR 제품과 글로벌 가공 식품의 실적이 견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입맛 잡기 경쟁은 치열해지는 추세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와 이마트의 자사브랜드(PB) 피코크는 유명 맛집이나 미슐랭 식당과 협업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경양식 전문업체 ‘구슬함박’과 함께 ‘올반 구슬함박’을 출시했다. 지난해 피코크에서 미슐랭 1스타 등급을 받은 중식당 ‘진진’과 내놓은 ‘피코크 진진 멘보샤’는 출시 6개월 만에 10만개 이상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제2의 전성기에 진입한 HMR 시장은 당분간 프리미엄 제품 경쟁 체제로 접어들면서 한층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식품업계에선 지난해 4조원대에 형성된 HMR 시장 규모가 2022년엔 5조원대까지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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