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개선시켜야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면 접촉이나 다중이용시설 방문 등에 제한이 생기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선 소외계층까지 효과적으로 포용하는 복지로 인공지능(AI), 로봇 등 비대면(언택트) 기술 기반의 돌봄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로 정서적 건강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위급상황 시 긴급구조 요청까지 가능한 서비스로도 주목 받고 있다.
20일 SK텔레콤과 연세대 바른ICT연구소가 SK텔레콤 AI 스피커 ‘누구’를 활용한 ‘AI 돌봄’ 서비스를 이용 중인 독거노인 67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누구’ 사용 전 대비 이용자들의 행복감은 7% 상승하고 고독감은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만족, 외로움 등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정서 정도를 수치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AI 돌봄 서비스는 지난해 4월 시작된 정보통신기술(ICT) 연계 복지 서비스로 현재 전국 14개 지방자치단체 약 3,200가구 독거노인들이 이용 중이다. ‘누구’를 통해 대화, 음악감상 기능뿐 아니라 위급상황 시 119를 연결하는 ‘긴급SOS’,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훈련 강화 프로그램, 복약지도 및 지역사회 소식 안내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년간 AI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긴급SOS’ 기능은 새 사회안정망으로서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누구’는 독거노인이 “아리아! 살려줘” 등을 외치면 위급상황으로 인지하고 돌봄 담당자나 출동보안 서비스 ADT캡스에 알려 119에 연계해준다. 지난 1년간 긴급SOS 호출 건수는 328건으로 이 중 23명의 독거노인이 호흡곤란, 낙상 등으로 응급실로 이동, 치료를 받았다.
화장실 안내, 약 복용시간 알림 등 기능을 제공하는 ‘마이봄’ 구동 모습. 과기정통부 제공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AI를 탑재한 로봇을 노인, 장애인 돌봄 서비스에 적극 이용 중이다. 환자나 노약자를 화장실로 데려다 주고 용변을 돕는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일상적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약 복용 시간 등을 알려주는 경증치매환자 돌봄 로봇 ‘마이봄’을 개발하고 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기존 정부 돌봄 서비스가 고독사를 빨리 확인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AI 돌봄은 사전 예방과 고독감 치유가 가능한 게 특징”이라며 “정부 지원 등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면 효과적인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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