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초’ 장애인 일자리 3개년 계획… 고용률 순위 최하위에서 25위로
청소년 3D 작업실 만들고, 주민 학습 모임 40여 개 지원… ‘평생교육 1번지’로
‘포용’ 강남 행정의 반전
19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신사역 8번 출구 인근 횡단보도. 1m는 족히 넘을 길쭉한 초롱 모양의 조형물이 노란빛을 뿜어내며 어둠이 짙게 내린 도심을 은은하게 밝혔다. ‘대형 초롱’엔 ‘ME ME WE GANGNAM(미 미 위 강남)’이란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미 미 위 강남’은 ‘나(Me)와 너(Meㆍ당신은 또 다른 나), 우리(We)가 함께하는 강남’이란 뜻이다. 강남구가 전국 자치구 중 처음으로 올 초 선보인 구 브랜드로, 구의 ‘얼굴’인 셈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강남구는 공존과 포용의 도시로 새 단장에 나섰다. ‘깍쟁이 강남’ 이미지를 부수려는,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시도한 파격이다.
정 구청장이 구 브랜드로 구체화한 ‘공존’은 이번 전국 지자체 평가에서 자치구 1위를 하는 데 기둥 역할을 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행정서비스 5개 분야 중 지역경제에서 54위를 했다. 장애인 고용률지표는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장애인 고용률에서 낙제점을 받은 강남구는 이번에 순위를 44계단이나 끌어 올렸다.
강남구는 지난해 장애인 일자리 3개년 계획을 서울에서 최초로 꾸려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장애 유형별 공공일자리 창출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확충이 골자였다. 강남구는 최근 1년 새 수서동에 있는 강남세움장애인통합지원센터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및 활동센터를 설치하고, 장애인 일터인 ‘굿윌스토어’도 새로 열었다. 심사위원단은 “부촌이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주체 비중이 낮은 강남구에서 장애인고용률 순위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구가 장애인 일자리를 그만큼 발굴해냈다는 증거”라고 평했다. 그렇게 확충한 9개의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선 300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일한다.
뿌리가 얕았던 강남구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2시 일원동 래그랜드 보호작업장. 발달장애인인 임진수(34)씨는 고무로 된 틀에 쿠키 반죽을 얹고 있었다. 구울 때 부서지지 않게 계란 흰자를 푼 물을 손에 묻혀 쿠키의 모양을 잡는 손놀림이 능숙해 보였다. “야 이 야 아 아 아….” 과자를 굽는 임씨의 입에선 그룹 g.o.d의 히트곡 ‘어머님께’가 흘러 나왔다. 남범선(39)씨 등 7명의 발달장애인은 이 곳에서 제과ㆍ제빵사를 꿈꾸고 있었다. 강남구는 탄탄한 1인당 지역총생산(GRDP)에 소외 경제까지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지역경제 생태계에 살을 찌웠다. ‘동반성장’이 강남구가 지역경제 영역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우뚝 선 배경이다.
강남구가 씨를 뿌린 동반성장의 열매는 교육영역(1위)에서 꽃을 피웠다. 평생교육 학습자수 수치는 자치구 평균의 3배를 웃돌았다. 정 구청장은 “청소년이 3D프린터를 활용해 직접 제품을 만드는 공유형 창작공간을 권역별로 만들었다”며 “올해는 ‘우리동네 학습관’ 7개소를 선정해 주민의 자발적인 학습모임 39개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유독 문화관광 영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순위는 하위권으로 8단계가 하락했다. 인구 대비 문화 기반 시설수와 공공도서관 좌석수 등이 다른 자치구에 비해 적은 탓이다. 정 구청장은 “수서동 구립 공공도서관 추가 건립을 추진 중이며, 더 많은 문화시설을 확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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