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잘 지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80일간 연기 됐던 등교 수업이 고등학교 3학년부터 20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는 학생, 교사가 들어서는 정문에서부터 일일이 체온을 측정하는 등 엄격한 방역 조치가 시행됐다. 학생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만큼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교사를 반기며 첫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정문 앞에 속속 도착한 학생들은 1m 간격으로 줄을 서 체온을 확인한 뒤 천천히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교사들은 장난을 치며 어깨동무를 하려는 한 학생에게는 “얘들아, 거리두기 하자”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교직원도 예외가 없었다. 학교로 들어서는 차량도 모두 멈춘 뒤 체온을 측정하고 들어가야 했다. 전세계 학교가 휴업 중인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빠르게 극복하고 있는 한국에서 첫 등교 수업을 한다는 소식에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언론도 경복고 앞으로 몰려들었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학교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학생들은 등교에 설레는 모습이었다. 이 학교 3학년 이민우(18)군은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처음에는 흐트러지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는 등교하게 되어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학교에서 방역 교육을 받아서 크게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이군은 “필요한 물품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며 본인이 챙겨온 여분의 마스크와 물 티슈, 개인 숟가락 세트를 보여줬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했고, 등교시 개인 방역용품도 챙겨올 것을 지시했다.
등교를 애타게 기다린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맞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학생들이 정말 보고 싶었고, 이렇게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며 “선생님들도 너무 좋아해서 당번이 아닌 분들도 대거 나와서 반갑게 맞이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 마음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등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여전히 발생하는 만큼 학교를 통해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다. 이에 학교는 시설을 재배치하고, 탄력적인 학업 운영을 통해 ‘교내 거리두기’를 철저히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 교장은 “교실 내에 있던 청소 도구함이나 공기청정기 등 안 쓰는 물건을 다 밖으로 빼내서 최대한 공간을 냈다”며 “점심시간도 홀수 날에는 홀수 반, 짝수 날에는 짝수 반이 먼저 나오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복고는 쉬는 시간에는 층별로 한 명, 급식 시간에는 6명의 교사들이 당번을 정해 학생들의 방역 지도를 하기로 했다. 등교한 학생이 체온이 37.5도를 넘는 등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을 보일 경우 담임이 즉시 해당 학생의 보호자에게 연락해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체험활동을 하도록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경복고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나와 직접 아이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현장점검을 했다. 조 교육감은 “지금까지 2주 간의 짧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의 헌신으로 원격 수업을 안정적으로 해왔다”며 “이제는 방역과 학업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위대한 길을 우리 선생님들과 학교 구성원들이 만들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초등학교는 5명, 중ㆍ고등학교는 3명의 보조인력을 파견해 선생님들의 방역에 대한 부담을 덜도록 하겠다”며 “한 반에 30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있는 학교의 경우 3명의 보조인력을 추가로 파견해 방역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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