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한 수마트라호랑이가 덫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수마트라섬 리아우주(州)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18일 오전 한 주민이 낚시하러 가던 길에 철사 덫에 앞다리가 걸린 채 죽어있는 수마트라호랑이를 발견했다. 현장을 조사하고 사체 부검을 마친 지역 자연보존청은 “철사가 앞다리를 조이면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수마트라호랑이가 일주일 정도 버티다 탈수로 인해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덫 근처에서 돼지 사체가 발견된 걸 감안하면 수마트라호랑이가 밀렵꾼의 표적이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월에는 븡쿨루주에서 암컷 수마트라호랑이가 덫에 걸려 죽었다.
코리나라는 이름의 다섯 살 암컷 수마트라호랑이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다리 하나가 철사에 걸려 적어도 사흘간 덫에 갇혀 있었으나 3월 29일 구조됐다. 철사가 다리 근육을 완전히 찢고 뼈까지 손상을 입힌 상태였다. 코리나는 상처를 치료한 뒤 현재 지역 재활센터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수마트라호랑이는 2008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동물로, 삼림 벌채 및 서식지 침범, 밀렵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현재 600마리 미만이 야생에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형제뻘인 자바섬의 자바호랑이와 발리섬의 발리호랑이는 같은 이유로 각각 1970년대, 1937년에 멸종됐다. IUCN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1,645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나라로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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