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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리포트]중학생 때 첫 사업한 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 “매출 늘려주는 메신저 채널톡, 4,000개 이상 기업이 사용”

입력
2020.05.20 07:00
수정
2020.05.20 09:4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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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회]최 대표 “초등학생 시절 독학한 프로그래밍으로 중학교 때 첫 사업”

요즘 특이한 버튼을 홈페이지 한 켠에 부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웃는 모양의 스마일 표시를 닮은 동그란 버튼이다. 신생(스타트업) 기업 조이코퍼레이션에서 만든 ‘채널톡’이라는 메신저 버튼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해당 기업의 고객 담당자와 바로 연결되는 대화창이 열린다.

채널톡은 기업과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온라인 고객 상담 전문 메신저다. 따라서 고객상담센터를 따로 두지 않고 홈페이지에 이 메신저 버튼만 붙여 놓아도 고객상담센터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다. 고객상담센터를 운영할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이용자들과 소통창구를 늘리기 위해 채널톡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30만명 이상 고객을 갖고 있는 기업 4,000개사가 채널톡을 이용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가 최근 서울 테헤란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용 메신저인 '채널톡' 관련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가 최근 서울 테헤란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용 메신저인 '채널톡' 관련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고객 상담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메신저 하나로 해결하는 채널톡 개발

채널톡은 고객상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직원들 간 대화는 물론이고 기업의 중요 공지사항이나 정보를 알리는 종합 소통 도구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를 개발한 최시원(35) 대표는 기업의 소통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올인원 메신저’라고 채널톡을 정의했다.

그 중에서 최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고객관리 기능이다. “채널톡 서비스의 핵심은 고객이 돌아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용하는 기업들이 고객 관리를 잘해서 매출을 더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죠. 즉 채넉톡을 쓰면 더 많은 고객을 VIP가 되도록 하는 거죠. 매출의 90%를 핵심 상위 고객 20%가 만들거든요.”

최 대표가 메신저를 통해 매출을 올린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채널톡 기능이 고객 상담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를 찾은 사람들이 채널톡 버튼을 누르면 대화창이 열리고 여기서 고객 상담 뿐 아니라 신상품 소개, 각종 판매 행사 등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채널톡은 단순 대화창이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 홍보와 판매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마케팅 도구에요. 특히 설치가 간편하고 사용법이 간단해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60,70대 자영업자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회원 가입 없이 대화만으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갖출 수 있다. “고객 상담 이력이 자동 제공됩니다. 이런 정보가 쌓이면 회원 가입을 받지 않아도 검색 가능한 고객 DB를 갖추게 돼요. 특정 이용자가 선호하는 상품이나 취향 등을 파악해 여기 맞는 개별 상담과 마케팅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쌓인 고객 DB를 활용해 특정 고객들을 검색한 뒤 그룹으로 묶어서 신상품 소개 등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여기에 사진이나 동영상 주소 링크 등도 함께 붙일 수 있다.

조이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골전도 이어폰 분야 판매 1위에 오른 애프터샥은 채널톡을 마케팅에 활용해 월 매출이 2,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네일아트 브랜드 데싱디바도 채널톡으로 방문자의 구매 전환율을 50%까지 끌어올렸고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의 가맹점 상담 문의가 주당 평균 2.5배 증가했다는 것이 이 업체의 설명이다.

채널톡을 홈페이지에 설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공개된 프로그램 소스를 복사해서 홈페이지 소스에 붙여 넣으면 바로 설치된다. 기업 내부에 개발자가 없어도 누구나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채널톡 설치 비용은 따로 없지만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 숫자에 따라 이용비를 다르게 받는다. “비용에 대해 고민을 아주 많이 한 끝에 값싸게 제공해 많은 기업들이 쓰게 하기로 했죠. 홈페이지 하루 방문자가 100명이면 무료, 그 이상이면 방문자 숫자에 따라 월 1만5,000~50만원을 받습니다. 이용 기업들의 월 평균 이용료가 8만~10만원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프로그래밍 독학해 중학생 때 첫 사업

창업자인 최 대표는 중학교 때 아버지와 창업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97년 그의 아버지가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했다. 당시 비디오 대여점주들은 비디오 테이프와 대여 연체료 관리 등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연간 500만원씩 내고 사용했다. “비디오 대여점 운영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컸죠.”

아버지는 마침 컴퓨터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주며 농담처럼 “비디오 대여점 관리 프로그램을 네가 만들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이를 농담으로 듣지 않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적 60여권을 사서 매일 밤 12시까지 독학했다. “당시 클리퍼와 C언어를 배웠어요. 프로그래밍 언어는 정직했어요. 만든 그대로 결과가 나오니 너무 재미있었죠.”

최 대표는 그렇게 2년을 매달려 중학교에 진학한 9월에 비디오 대여점의 자산관리 프로그램(ERP)을 완성했다. 이렇게 만든 ERP로 수천 만원을 벌었다. “아버지가 사용해 보고 너무 만족해 주변 비디오 대여점에 소개했어요.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ERP가 팔려 한 달 만에 3,000만원을 벌었죠. 아버지가 비디오 대여점 운영보다 낫다고 보고 본격 프로그램 판매 사업을 시작했어요.”

최 대표의 첫 사업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해 11월 뇌종양으로 쓰러진 뒤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새옹지마였죠. 석 달 동안 ERP로 번 돈이 아버지 수술비로 다 들어갔어요.”

그 와중에 최 대표는 희망을 봤다. “비디오 대여점보다 대여점 관리 프로그램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을 보며 사업을 하려면 일반 소비자보다 기업들을 상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미국 서부 개척시대 금광을 뚫던 사람보다 그들을 상대로 청바지를 판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번 것과 같은 이치죠. 그때부터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눈을 떴죠.”

[저작권 한국일보] 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가 기업들을 상대로 B2B 사업을 통해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한 목표를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가 기업들을 상대로 B2B 사업을 통해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한 목표를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금을 캐기보다 청바지를 팔자’ B2B로 유니콘 되는 것이 목표

지금도 최 대표는 B2B 사업을 해야 한다는 지론에 변함이 없다. “돈을 벌고 싶으면 무조건 B2B 사업을 해야 합니다. 미국은 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유니콘 기업 중 60%가 B2B 사업을 해요. 우리는 유니콘으로 꼽힐만한 B2B 기업이 하나도 없어요. 시간 문제일 뿐 국내에서도 B2B 유니콘 기업이 나올 겁니다. 이왕이면 첫 번째 사례가 되고 싶어요.”

최 대표는 고교에 진학해서도 프로그래밍을 계속하다가 온라인 게임개발업체에 창업 멤버로 들어갔다. “집안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게임업체에 들어갔어요. 친구 집을 전전하며 일을 했는데 잘 안됐어요.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협력해 개발하는 일을 했는데, 남과 협력하는 방법을 잘 몰랐죠. 의사 결정시 이론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어요.”

이 일이 인하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구글에서 인턴을 하며 최 대표는 새로운 사실에 눈을 떴다. “대학 시절 유명 저널에 논문까지 발표할 만큼 문자열을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하는 계산 이론에 몰두했어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자열을 다루는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에서 일해 보니 대학에서 열심히 연구한 이론들을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중요한 것은 그런 이론이 아니라 현실과 부딪치며 쌓은 내부에 축적된 기술이었죠.”

최 대표는 구글 인턴을 계기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2010년 김재홍 부대표와 함께 지금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한 첫 사업은 잘 되지 않았다. SNS 업체들이 직접 광고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사업 방향을 기업의 업무용 플랫폼인 ‘워크인사이트’ 개발과 채널톡 메신저 등 지금의 사업으로 틀었다. “창업 당시 모토는 빨리 배우고 빨리 망하자는 것이었죠. 경험이 중요했거든요. 그런데 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최 대표는 채널톡의 성공 요인을 처음부터 중소기업으로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을 겨냥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전세계에 아주 많아요. 처음부터 이런 기업들과 경쟁하기 힘들죠. 그래서 작은 규모의 기업을 대상으로 차근차근 수익을 올리기로 했어요. 저수지에서 큰 고기를 한두마리 잡는 것보다 바다에서 작은 고기를 많이 잡기로 한 겁니다. 우리가 겨냥하는 B2B 사업의 중요한 포인트에요.”

다행히 매출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비대면 접촉을 늘리며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년 대비 매출이 2018년에 5배 뛰었고 지난해 3.1배 성장했어요. 올해 매출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 목표인데 벌써 목표를 뛰어넘었어요.” 덕분에 12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30명의 개발자들과 함께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최 대표는 올해 채널톡의 기능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 응대 및 자동 마케팅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개발 중이에요. 내년 이후 새로운 기능들이 대폭 보강될 겁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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