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민생침해 탈세자’ 109명 세무조사
이자 못 내 원리금 2배로 늘자 식당 빼앗은 악덕 대부업자
직원들에 사업주 명의 나눠 소득 분산시킨 위장 유흥업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는 와중에 이들의 고혈을 빨아먹은 불법 대부업자, 임대사업자들이 국세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올해 1~4월 불법대부업으로 인한 신고ㆍ상담 건수는 지난해보다 57%나 늘어났을 정도다.
국세청은 취약 영세사업자와 서민들의 뒤통수를 친 △불법대부업자ㆍ고액임대 건물주 39명 △유흥업소ㆍ성인게임장 15명 △허위ㆍ과장광고 업체 35명 △다단계ㆍ상조회사 20명 등 총 109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연 234% 고리 대출에, 식당까지 빼앗은 대부업자
국세청에 따르면, 대부업자 A씨는 급전이 필요하거나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기 힘든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자놀이를 했다. 그는 음식점 운영 사업자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고는 두 달 뒤 이자만 390만원을 받는 등 최대 연 234%의 고리로 다수 서민들로부터 수십억원의 이자를 받아냈다.
A씨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음식점 사업자들이 자신이 아니면 돈을 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계약서에 “채무불이행 시 사업장을 양도한다”는 특약까지 설정했다. 이후 이자 상환이 6개월간 연체돼 원리금이 두 배에 이르자 계약서를 들이밀며 식당을 빼앗은 뒤 다른 사람에게 권리금을 받고 넘겼다.
국세청은 A씨가 대부업체 운영 과정에서 친인척 등 다른 사람 명의 계좌로 이자를 관리하고, 빼앗은 식당을 팔아 챙긴 돈은 아예 장부에 기록도 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탈세를 한 혐의를 포착하고 최근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중계약서에 편법증여까지… 자영업자 울린 건물주
수도권 주요 상권 여러 곳에서 쇼핑몰과 소형 호텔, 오피스 등 60여개 사업장을 임대ㆍ매매하는 건물주 B씨도 임차인들에게 폭리를 취했다. 인테리어 비용, 권리금 등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임차인이 사업장을 쉽게 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
B씨는 실제로는 보증금 3,000만원과 매달 300만원씩의 임대료를 받았지만,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는 수익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 1,500만원, 임대료 100만원인 이중계약서를 쓰게 한 매장도 있었다. 매달 200만원의 보증금은 현금으로 직접 받았다. 계약서상 임대료는 친척 명의 계좌로 받아 5년간에 걸쳐 약 80억원의 수입을 누락하기도 했다.
B씨는 비용처리를 위해 실제 공사비(약 10억원)의 두 배인 20억원대의 세금계산서를 받고, 대학생 자녀 명의로 법인을 설립해 사업용 부동산을 넘기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현금을 증여하고 신고하지 않기도 했다. 국세청은 앞선 세무조사에서 B씨에게 50억원대 세금을 추징한 것은 물론, 검찰에 조세포탈범 통고 처분도 했다.
국세청은 또 상가 20여채를 가진 건물주가 100만원대 임대료를 1,000만원대로 올리고, 계약을 연장하지 못해 매장을 뺀 임차인의 브랜드를 그대로 이어받아 해당 매장을 직접 운영한 사례 등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클럽이 일반음식점? 테이블 예약금은 MD 계좌로
서울 시내에서 20대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이 자주 찾는 클럽을 운영하는 C씨는 실제 업태는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인 ‘유흥주점’이지만 관할 구청에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했다.
그는 여러 사람의 영업직원(일명 MD) 이름으로 사업주 명의를 나눠 소득을 분산하고, 테이블 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예약 비용도 MD의 개인 계좌로 선입금을 받아 챙겼다.
국세청은 실제 유흥업소임을 증명하기 위해 치밀한 사전조사를 거친 뒤 해당 클럽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C씨의 클럽은 개별소비세 등 40억원을 탈루한 것을 밝혀냈다. 이와 별개로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따른 과태료 30억원을 처분하고 조세포탈ㆍ명의위장 혐의로 검찰 고발도 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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