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대 드론기계과 입학… 20년 만에 다시 대학생 돼 열공
“농사도 이젠 과학이죠. 옛날처럼 해오던 대로 하면 승산이 없어요. 특히 일손이 없어 외국인근로자를 많이 쓰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닙니다. 드론을 쓰면 일손도 줄일 수 있고, 과수농사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배우게 됐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죠.”
도시에서 전업주부로 살다 6년 전 귀농한 60대 주부가 드론 조종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구 수성대 드론기계과 새내기 양숙이(66ㆍ경북 경산시)씨 얘기다.
18일 오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팔공드론교육원에 마련된 대구수성대 드론기계과 드론비행실습장. 1학년 ‘초경량비행장치 드론실습’ 수업이 한창인 가운데 교수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성 1명이 눈에 띄었다. 지난주부터 대면수업에 나선 양씨였다. 막내아들보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실습에 나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지 비지땀을 흘렸다. 실제 비행에 앞서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이ㆍ착륙을 시도했지만 추락하기 일쑤였다. 양씨는 “수업이 있을 때마다 다른 학생보다 일찍 와서 연습하는데 마음대로 안 돼 속상하다”며 “마음 속으로 ‘나는 할 수 있다(I can do it)’를 외치며, 최선을 다 해 졸업 전에 반드시 드론비행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씨가 드론에 도전하게 된 것은 첨단농업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는 20년 전 다른 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뒤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6년 전 경북 경산시 자인면으로 귀농, 약 10만㎡의 농경지에 호두 등의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양씨는 “드론으로 씨앗 뿌리기부터 수확까지 하는 외국의 첨단 농법을 보고 가슴이 설레었다”며 “유기농업을 할 계획이어서 드론으로 농약을 칠 일은 없겠지만, 친환경비료 살포나 작황관리 등에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고 기대했다. 또 호두는 통상 수확할 때 헬기 바람으로 열매를 떨어뜨려 작업하는데, 드론으로도 가능한지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양씨는 대면수업에 대비, 장난감 드론을 구입해 비행연습을 하는 등 그 누구보다 배움의 의지가 강하다. 그는 “장난감 드론으로 비행연습을 하자마자 박살냈다”며 “드론시뮬레이션 비행이라도 익숙해질 때까지는 장난감도 자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드론기계과 김혜숙 교수는 “연세가 있으셔서 습득 능력은 어린 학생들보다 못하지만 남들보다 1시간 이상 먼저 등교해 시뮬레이션 훈련을 열심히 하는 열정적인 분”이라며 “특히 포기를 모르시는 분이어서 농업용 드론을 조정할 수 있는 ‘초경량 무인비행장치 조정 자격’을 틀림없이 획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