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년 성산동 단독ㆍ다가구 79%가 10억원 미만 거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서울 마포가 아닌 경기 안성에 쉼터를 마련하게 된 이유를 두고 10억원으로는 마땅한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2, 2013년 거래된 마포 성산동 단독ㆍ다가구 주택 46건의 79%는 10억원 미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 당선자는 최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기 안성시에 쉼터(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를 조성한 이유에 대해 “10억원으로는 마포의 어느 곳에서도 집을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 인근에 쉼터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기부 받은 10억원으로는 부족했다는 의미다.
앞서 정대협은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를 통해 낸 지정기부금 10억원을 받았다. 이 같은 이유로 당시 정대협은 안성시에 7억5,000만원을 들여 건축 연면적 196.98㎡(약 60평)의 쉼터를 매입했다. 여기에 또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원을 썼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12년과 2013년 10억원 이하로도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비슷한 규모의 단독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다. 당시 성산동 일대에서는 총 42건의 단독주택 거래가 이뤄졌는데, 2012년 거래 16건 중 13건(81%), 2013년 거래 26건 중 20건(77%)이 10억원 미만이었다. 안성 쉼터(60평)와 비슷하거나 더 큰 매물도 각각 2건, 5건이었다.
실제로 2013년 9월 거래된 성미산로3나길 연면적 241㎡ 대지 162.3㎡ 규모 단독 주택은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정대협이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과 거리가 950m에 불과했다. 1.3㎞ 떨어진 236.98㎡ 주택(새터산8길)도 같은 해 10월 5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월드북로 31길의 연면적 246.09㎡ 대지 188㎡ 단독주택도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박물관에서 1.4㎞ 떨어져 도보 이동 시간이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 건축연도가 1980~90년이어서 리모델링이 필요하긴 했지만, 수리 가격을 감안해도 주택 매입과 리모델링 비용을 합쳐 10억원을 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 7년간 서울 집값 상승의 영향으로 이 지역 단독ㆍ다가구 주택은 가격이 2배 가까이 뛰면서 현재는 비슷한 규모의 매물이 11억~19억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10억원 이하 거래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1월 박물관에서 1.2㎞가량 떨어진 성산동 새터산4길의 연면적 249.3㎡ 단독주택은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정의연 측은 당시 △서울 바깥 지역을 포함하되 수리가 필요 없는 신규 허가 건물 △대지 300평, 건축물은 40평 이상 △단체 20명가량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 등을 기준으로 정하고 부지 답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300평(991㎡) 이상의 부지를 구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