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을 아주 좋아하는 할머니 이야기에요. 그럼 읽어드릴께요.”
지난해 10월 경기 여주시 가남읍 금당2리 경로당. 할머니 10여명이 방안에 둘러 앉아 기대에 찬 표정으로 독서논술지도사인 임모(46)씨의 입을 응시했다. 임씨가 책을 손에 들고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자 할머니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이야기에 폭 빠져 들었다. 임씨는 이날 할머니들에게 1시간가량 책을 읽어주고, 함께 색종이도 접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경로당의 이모(72) 할머니는 “일상이 무료했는데, 책 읽어주는 시간만 되면 너무 좋다”라며 “경로당에 생기가 돈다”고 웃음지었다.
여주시가 2018년 8월부터 경로당 어르신들의 활력 회복을 위해 시작한 ‘어르신 독서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여주시가 양성한 독서강사 20여명이 매주 한번 경로당을 찾아가 책을 읽어주고, 전문 공연팀과 문화공연도 열며 흥겨움을 주는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한 마을 경로당도 2018년 19곳에서 2019년 25곳, 올해 29곳으로 느는 등 호응도 뜨겁다. 참여 어르신도 2018년 7,000명에서 작년에 1만2,819명으로 많아졌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다.
여주시가 ‘2020 전국 지자체 평가’ 인구 50만 미만 시(59곳) 부문에서 종합 1위에 오른 원동력은 교육정책이다. 교육분야 전체 순위가 지난해 최하위권에서 올해 1위로 수직 상승했다.
실제 여주시는 다양하면서도 특화된 평생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중년 평생교육프로그램’인 약초학교, 그림책 전문가인 그림책큐레이션 자격증반, 마을공동체 활동가 양성, 장애인들에게 더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장애인 문화향유’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구성 덕분에 수강생수도 2015년 111개 강좌 2,229명에서 2018년 145개 강좌에 2809명, 2019년엔 156개 강좌에 2,840명으로 늘고 있다. 명실상부한 평생학습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공교육 분야 성과도 확인된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진로ㆍ진학 상담센터’에선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기술인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체험, ‘유명작가 특강’ 등 5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기간 초중고교 2,173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9월엔 ‘우리고장 여주탐방’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여주시와 지역교육지원청, 일선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 개발한 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운영 중이다. 10개교 952명의 초등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향’을 더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여주시의 종합순위 1위는 지역경제 분야의 개선된 성적(작년 하위권→38위)도 한 몫 했다. 사회적 경제주체 비중과 취업자증감률의 전체 순위가 각각 3단계와 2단계 상승한 것. 문화관광(12→2)과 안전(21→15) 영역의 순위 상승도 여주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인구 12만명의 여주시는 행복공동체를 표방하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행복한 삶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이 같은 노력이 50만 미만 도시 경쟁력 1위라는 성과로 이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시장은 “무작정 인구를 늘리는 게 아닌 시민이 만족하는 평생학습 등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민이 행복한 여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주=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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