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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2차 무역전쟁’ 민감한 때… 이재용, 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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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2차 무역전쟁’ 민감한 때… 이재용, 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입력
2020.05.19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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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화웨이 제재 등 시장환경 급변, 李부회장 “시간이 없다” 

 삼성 유일 해외 메모리반도체 기지… 3월말 제2공장 가동 

이재용(왼쪽에서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의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에서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의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던 해외 현장경영을 넉 달 만에 재개한 행보다. 특히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급 차단 조치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와중에 이뤄지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과거에 발목 잡히면 미래는 없다”…해외 현장경영 

이날 삼성전자에 따르면 1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으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방문 첫날부터 산시성 시안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시안 사업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로, 스마트폰 컴퓨터(PC) 서버 등에 데이터 저장장치로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한다. 제1공장은 2014년 준공됐고 제2공장은 지난 3월 말 가동을 시작해 제품 양산과 증설 작업이 동시 진행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도 당부했다. 이날 현장엔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동행했다.

올 들어 이 부회장의 해외 경영현장 행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이던 지난 1월 브라질 사업장 방문 이후 두 번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글로벌 기업인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설 명절에도 임직원 격려차 시안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미·중 간 줄타기 전망에 현재 처한 사법적 환경에 대한 심정 표출 시각도 

이 부회장의 방중은 미국 정부에서 지난 15일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가 화웨이의 의뢰에 따라 반도체를 공급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직후 이뤄졌다. 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이자, 화웨이의 주요 거래처인 대만 TSMC의 행보와는 결이 다르다. TSMC는 이번 제재로 전체 매출의 10~12%에 달하는 화웨이 일감이 끊어질 위기에도 미국 현지에 파운드리 공장을 지어달라는 트럼프 정부의 요청에 즉각 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해달라는 요구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

삼성측에선 이 부회장의 행보를 미·중 갈등 국면과 결부 짓는 시각에 손사래 친다. 150억달러(18조5,000억원)가 투자된 시안 2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만큼 총수로서 현장 방문은 당연하단 판단에서다. 중국이 한국 기업인에게 코로나19 의무격리 조치를 면제해 2공장 증설 인력이 대거 입국할 수 있었던 점에 화답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에선 이 부회장이 미중 분쟁에도 불구하고 재판, 코로나 등으로 미국 입국이 여의치 않다 보니 중국부터 급히 찾아 현장 상황 파악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룹 안팎에선 미·중 반도체 분쟁이 결국 자국 내 반도체 자급 체제 구축 경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도 양국 사이에서 신중한 전략적 행보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정책이 ‘화웨이 정밀타격’에 가깝지만 향후 제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기업이 변화된 환경을 틈타 부상할지 불확실하다”며 “기존 강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상황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이번 ‘시안 메시지’가 현재 자신과 삼성을 둘러싼 사법적 환경에 대한 심정 표출로 읽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위기 극복이 쉽잖은 현실에서 주로 과거와 연관된 파기환송심 재판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등이 지속되는 데에 답답해 하는 심경이 ‘시간이 없다’는 발언 등에 담긴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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