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방문 때 250명 머물러
숙소 오가며 호프집 등도 방문
발병일 불확실해 동선파악 난항
국내 거주 외국인 집단감염 가능성
인천 학원강사 태운 기사 확진
택시에는 열흘 넘게 143명 탑승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클럽 집단감염과 관련 있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세를 벗어났지만,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고 확진된 외국인이 감염력 있는 시기에 경기 부천시 소재 나이트클럽을 찾은 사실이 드러나 대규모 감염 확산 우려가 여전히 높다. 특히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인 이 외국인은 강제출국을 두려워해 잠적했고 숙박시설에서 직장 동료들과 생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국인 노동자 집단거주시설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가 재유행해 개학을 철회했던 싱가포르 사례가 국내에서 재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확진자를 기점으로 한 감염이 잇따를 경우 국내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관련 첫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돼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A(32)씨는 인후통 등을 느껴 지난 15일 부천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다음날 확진판정 결과가 나왔지만 보건당국은 17일에야 A씨에게 확진 소식을 알리고 격리할 수 있었다. 불법체류자인 A씨가 강제출국을 두려워해 휴대폰을 끄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신원을 묻지 않는다는 보건당국 지침에 따라 A씨가 선별진료소에 남긴 기록은 휴대폰 번호뿐이었다. 휴대폰 위치정보를 조회해 경기 광주시에 거주한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역학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결국 경기 광주경찰서까지 투입됐다. 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 이보은(34) 경장이 베트남어로 “베트남 사람인 경찰관이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 전화를 받아달라”고 수십통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기고서야 A씨는 당국의 연락에 응답했다.
역학조사 결과 A씨로부터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미 한국인 직장동료(43)가 17일 오전 확진됐다. A씨는 평소 경기 광주시 송정동 숙소에서 직장동료들과 합숙하다 1일 이태원 클럽(퀸클럽)을 방문했다. 9일에는 밤 11시 48분부터 다음날 오전 0시 34분까지 경기 부천시 상동 메리트나이트클럽에 머물렀다. 부천시에 따르면 A씨 방문 당시 이곳에는 고객 250여명이 있었다. A씨는 클럽 방문 전에는 30여명이 모인 개인모임에 참여했고, 지인들과 클럽에서 시간을 보낸 뒤에는 인근 호프집과 노래타운 등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11일부터 14일까지 광주시 초월읍의 공장과 숙소를 오가며 생활했다.
A씨의 한국어가 서투르고 발병일도 확실치 않아 당국은 동선파악에 애를 먹었다. 현재까지 접촉자는 39명으로 조사됐으나 직장동료 등에서 숨은 접촉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메리트나이트와 관련해 “별도로 (출입자) 명단을 확보해 연락하고 있으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방문자들에게 검사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또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중복된 경우를 제외하고 4,960여명이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본인을 확인한 사례가 2,950여명”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태원 지역 휴대폰) 기지국에 접촉했던 1만3,000여명의 명단을 받아 검사 안내문자를 보내고 있고 (확인된 클럽방문자와 기지국 접속자를 합쳐) 이들 가운데 17일까지 5,736명이 검사를 받았다”라면서 방문자들의 검사를 독려했다.
한편, 인천에서는 거짓 진술을 한 확진자 학원강사를 지난 4일 태웠던 60대 택시기사와 그의 부인이 17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택시기사는 학원강사를 태운 이후 열흘 넘게 택시를 운행한 것으로 파악돼 연쇄 감염 가능성이 제기된다. 카드 결제내역을 바탕으로 파악한 승객만 143명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신원을 파악한 승객 전원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택시 위치정보를 이용해 추정한 현금 결제 승객들에게는 검사를 안내하는 휴대폰 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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