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개막전 승리 후 3연패로 주춤하던 LG는 지난 10일 창원 NC전을 극적인 역전승으로 장식한 이후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주 6경기에서 5승(1패)으로 상승세를 타며 공동 2위로 도약했다. 시즌 첫 더블헤더와 마무리 고우석의 이탈이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크다. 창단 30주년을 맞아 한국시리즈 진출 도전을 선언한 LG의 내실 있는 전력이 드러나고 있다.
‘늦깎이 유망주’ 이상규와 지난해 신인왕 정우영이 고우석의 공백을 지웠다. 2015년 LG에 입단 후 2군에 머물던 이상규는 현역 복무 후 제구력을 가다듬어 올 시즌 즉시 전력으로 수혈됐다. 정우영도 연습경기에서 직구 구속이 13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16일 키움과 경기에선 140㎞대 후반을 거푸 찍으며 특급 불펜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선발에서도 첫 등판 때 자가격리 후유증을 드러낸 ‘원투펀치’ 타일러 윌슨과 케시이 켈리가 두 번째 등판 만에 본 모습을 되찾았다.
LG의 탄탄한 마운드는 원래 정평이 나 있다. 최근의 상승세를 떠받치는 건 야수진의 성장이다. 백승현과 구본혁, 홍창기 등 내외야 ‘백업 3인방’이 쏠쏠한 보탬이 되고 있다. 백승현은 지난 16일 키움전에 더블헤더 특별 엔트리로 호출을 받았다. 1차전에서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선발 3루수 김민성 대신 4회 수비 때부터 교체 투입된 백승현은 돌아온 타석에서도 안타와 타점을 올리며 류중일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2차전에서도 주전 오지환의 체력 안배 차 다시 나와 3타수 1안타 1득점을 올렸다. 17일에도 선발 출전해 첫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까지 작성하며 한번 잡은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백승현은 2015년 입단해 유망주로 머물다 올 시즌을 앞두고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투수로 154㎞의 강속구를 뿌려 화제를 모았다. 강견을 앞세운 내야 수비 솜씨를 인정받아 유격수 백업 자원으로 낙점 받았는데 기대 이상의 타격까지 선보여 류 감독의 활용도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본혁도 3루 백업으로 7경기(3타수 1안타)에 출전했고, 홍창기도 8경기(5타수 1안타)에 외야 백업 자원으로 요긴하게 투입되고 있다. 성적은 눈에 띄지 않지만 당장은 경기 후반 대수비만 소화해줘도 장기 레이스에서 큰 도움이 된다.
LG는 올 시즌 후 은퇴하는 박용택을 필두로 야수진의 점진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 동안 주전과 백업의 큰 기량 차 탓에 요원해 보였지만 이병규 타격코치의 세심한 코칭과 동기 부여를 통해 1.5군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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