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축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무관중으로 열리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이색 응원전이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 경기장을 찾을 수는 없지만 가상 공간에 모여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에서부터 증강현실(AR) 등 몰입감을 높이는 미디어 기술까지 도입되고 있다.
AR 전용 응용 소프트웨어(앱) ‘점프 AR’을 선보인 SK텔레콤은 18일 앱 안에 프로야구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SK텔레콤 측은 “무관중 프로야구 시대에 AR 기술로 더 재미있고 다양한 온라인 응원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번 점프 AR의 프로야구 메뉴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가상의 동물들이 6개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채 야구선수처럼 공을 던지거나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AR로 구현되는 동물과 같이 응원장면을 찍거나 같은 구단 팬들끼리 공유하는 게 가능하다. 나를 대신한 아바타에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히고 가상의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 같은 팀을 응원하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카카오에선 팬들끼리 모일 수 있는 채팅 공간을 마련했다. 챗봇(채팅로봇) 기반의 ‘프로야구봇’을 친구로 추가하고 응원 팀을 정하면 경기 시작 때마다 응원 채팅방이 열린다. 채팅방에선 경기 생중계 화면이 상단에서 재생되고 팬들끼리 글과 이모티콘을 나누면서 응원할 수 있다. 현재 프로야구봇 이용자 수는 13만명을 넘어섰고, 1인당 하루 평균 150~200개의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경기장면과 치어리딩, 팀 별 맞춤 해설 등으로 구성된 구단 특화 콘텐츠를 제작해 컴퓨터(PC) 홈페이지와 모바일로 송출하기도 했다. 다른 구장에서 진행 중인 경기를 동시에 시청(KTㆍLG유플러스)하거나 특정 팀 편에 서서 응원하는 ‘편파 중계’(아프리카TV) 등도 운영되고 있다. 지난 8일 개막한 프로축구 K리그는 트위터, 유튜브 등에서 생중계되면서 수백만명의 국내외 네티즌들이 시청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무관중 스포츠 경기는 비대면 서비스의 가치를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원격 접속 환경에서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은 서비스 개발 및 다양화에 유용한 데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초기 단계인 가상현실(VR), AR의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면하지 않고도 실감나는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 기술이란 분석에서다.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본부장은 “VR, AR 등 ICT 기술을 활용한 언택트 문화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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