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 원하는 이력의 인재를 소개해주는 사람)를 통해 채용을 내정했다가 입사 당일 이를 번복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A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2018년 2월 한 헤드헌팅 업체에 해외마케팅 총괄업무를 담당할 간부급 인력 채용을 의뢰해 B씨를 소개 받았다. 이후 일정 절차를 거쳐 B씨를 채용하기로 하고 입사일까지 조율한 A사는 입사 한 달 전 계약조건 변경을 통지했다. 그리고는 B씨가 변경된 계약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자 돌연 채용불합격을 통보했다.
B씨는 A사가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며 중노위 등에 구제신청을 했고, 노동당국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노동당국의 판단에 불복한 A사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 또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채용을 내정했고 아직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만 가지고,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에서 해약권이 유보됐다는 의미는 계약을 깰 수 있는 권리가 살아있다는 뜻인데, 법원은 이 계약에서는 회사가 계약을 깰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본 셈이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처음부터 사용기간으로 일정기간을 정해 채용하고 업무능력 등을 평가해 확인한 후에 정식으로 채용할 것을 정한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봤다. B씨가 관련 업종에 약 13년간 종사한 경력을 바탕으로 경력직 채용에 지원했으며, A사가 B씨 경력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면접전형을 2회 실시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B씨의 업무역량을 검증할 별도의 절차를 둬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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