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조롱하는 내용의 만화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15일 트위터에 ‘트럼프는 왜 도망쳤을까?’라는 제목의 8칸 만화를 올렸다.
만화의 가장 첫 장면은 지구를 형상화한 캐릭터가 ‘코로나19’ 문신을 한 바이러스 캐릭터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팔씨름을 하는 장면이다. 이후 지구 캐릭터의 뒤에서 세계보건기구(WHO), 비정부기구(NGO), 적십자사 등의 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응원을 하며 힘을 보태는 장면이 나온다.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들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이어 다음 장면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머리 스타일을 하고 성조기 옷을 입은 캐릭터가 코웃음을 치면서 ‘그냥 감기야(Just Flu)!’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친다. 이에 WHO, NGO 등은 물론, 지구와 바이러스도 팔씨름을 멈추고 그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확산 초기에 이를 독감에 비유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음을 풍자하는 것이다.
뒤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트럼프 대통령 캐릭터를 쫓아가기 시작한다. 그는 2월 3월 4월 등이 적힌 계단을 뛰어 올라가면서 도망치는데, 계단 옆에는 ‘확진 숫자 140만’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연일 급증해 현재 확진자 수가 전 세계 확진자 수의 3분의 1 가까이인 140만명을 넘어서게 된 상황을 조롱한 것이다.
이날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코끼리와 당나귀가 판다에게 마구 활을 쏘다가 자기들끼리도 서로 공격하는 모습을 담은 만평을 올리기도 했다. 코끼리와 당나귀는 각각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을 상징한다. 이는 미 정치권이 판다로 상징되는 중국에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퍼붓다가, 양당 간에도 정치적 싸움을 벌이는 것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의 책임을 두고 외교 난타전을 벌이는 가운데,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도 풍자만화를 올려 여론전에 가세한 셈이다. 해당 게시물을 두고 트위터에서는 “도망치기와 거짓말하기가 그(트럼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라는 등 동조하는 반응도 나왔지만, 중국의 선전 의도를 꼬집는 반응들도 적지 않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프랑스어로 “프로파간다(선전), 프로파간다... 하지만 우리는 속지 않을 거야!”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당신의 만화를 조금 수정해봤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캐릭터 대신 ‘중국’을, WHO 대신 ‘대만’을 적어 넣은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서 중국 편향성을 지적받아 온 WHO를 비판하는 동시에 중국도 코로나19 대응에 실책이 있었음을 꼬집은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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